수다조차 격조가 달라진다, 문화쉼터 몽돌

다감이 장세련

다감이 장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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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쉼터 몽돌’
이름에서 품격이 느껴진다. 격조가 다른 휴식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격조 높은 도서관, ‘문화쉼터 몽돌’이 그런 곳이다. 격조가 높다고 해서 건축미가 돋보이는 건 아니다. 내부가 특별하지도 않다. 1층에 작은 탁자 네댓 개와 의자 10여개, 2층 작은 강의실이 전부다. 그럼에도 몽돌해변을 품은 넉넉함으로 인근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까지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움이 배가 된다. ‘문화쉼터 몽돌’은 2009년 울산광역시 북구 산하동 367-16번지(동해안로 1598)에 연면적 150.57㎥(1층 77.45㎥, 2층 73.12㎥)에 전국 최초 바다도서관으로 개관했다. 2012년 7월 바다도서관의 활용도를 높이고 인문학 강의, 공연 및 전시 등이 가능한 ‘인문학 서재 몽돌’로 재탄생했다.

현재 사용하는 명칭 ‘문화쉼터 몽돌’은 2016년 2월에 바뀐 이름이다. 주민들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의 이미지를 이름에서부터 전하기 위해서다. 결코 크지 않은 아담한 건물은 늘 겸손한 모습이다. 인파가 몰리는 여름 휴가철에는 실내피서지로 최적의 장소가 된다. 바람만 찾아드는 쌀쌀한 겨울에는 따뜻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 늘 같은 모습이면서도 늘 새로운 느낌의 문화쉼터다. 그것은 내부가 간직한 편안함 덕분이다. ‘문화쉼터 몽돌’은 장소와 이름이 아주 걸맞다. 몽돌해변에 자리한 데다 휴식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스민 듯한 도서관에 들어서면 정서적인 결핍은 저절로 채워진다. 창을 통해서 조망할 수 있는 바다는 바람이 부는 날에도 거친 모습이 아니다. 거친 숨결이 창을 통하면서 순화되어 한결 유순한 표정이 된다.
도서관과 쉼터를 겸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누구나 들를 수가 있는 것으로도 이름값을 하고 있는 바다도서관. 간판도 크지 않아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만나는 순간 깜짝 반가움에 일상의 쉼표를 찍고 싶은 곳이다. 취재차 들른 날은 한 여류화가의 꽃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토끼풀, 해바라기, 붓꽃 등 소박한 풀꽃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아무리 청정해안을 끼고 걸어도 피로가 느껴진다. 적당한 피로가 느껴질 때 들르면 이곳은 쉼터가 된다. 무난한 읽을거리가 필요한 날, 책에 대한 가벼운 갈증을 느낄 때, 혹은 바다의 모습이나 철썩임이 그리운 날 들러서 조용하게 책을 읽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창가에 앉으면 눈으로 읽히는 바다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책을 읽지 못하고 바다만 보다가 돌아서도 억울하지 않다. 가슴에 차오르는 푸른 물이 고스란히 생기가 되기 때문이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몽돌들이 자갈자갈 몸을 뒤채는 곳. 촤르르르 소리를 고르게 내는 몽돌해변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은 ‘문화쉼터 몽돌’만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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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다. 전시장, 강의실은 물론 콘서트까지 가능한 공간으로는 전국 유일의 문화쉼터랄 수 있다. 도서관과 문화센터가 없는 지역에서 주민 휴식공간으로, 강동 몽돌해변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덕분에 날이 갈수록 이용객들의 많은 호응을 얻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용객들에게 문턱을 더 낮추자는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고 것이다. 지적인 느낌이 강한 만큼 다소 거리감이 있었던 ‘인문학서재 몽돌’에서 잠시 주춤거리게 했던 이용객들의 발길을 ‘문화쉼터 몽돌’은 편하게 끌고 있는 것이다.

‘문화쉼터 몽돌’의 도서보유량은 구립이나 국공립 도서관에 비길 수는 없다. 현재 2,500여권의 도서가 방문자를 기다리고 있고 기증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도서보유량 증가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재는 매월 색다른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다. 그림, 서예, 도자기에서부터 공예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의 취향을 저격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다양한 강좌도 열리고 있는데 이듬해 일 년 치 전시 운영계획은 당해 연말에 세운다. 지역민들에게 제공하는 강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현재 총 여섯 개의 강좌가 개설되어 있어요. 분기별로 등록을 받는데 각각의 프로그램의 정원은 15명 내외입니다. 언제나 정원이 다 차는 걸 보면 취미생활에 관한 주민들의 갈증이 어땠는지를 알 만하죠. 강좌 이외에 콘서트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도 하고 있어요. 지난6월에 있었던 반딧불이 체험행사와 7월에 열린 시낭송콘서트는 특히 많은 관심을 끌었죠.”
자부심이 가득한 고은희관장의 말이다.

강좌는 주민들이 선호하는 것들로 운영한다. 동화구연, 종이접기, 엄마표 독서토론논술, 무료로 진행되는 영어강좌, 사진강좌, 동시수업 등이다. 동시수업은 지역아동센터 아동을 위해 고은희관장의 재능기부로 운영하고 있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작년 한 해 이용객이 2만여 명이 넘었단다.
“그렇게 많은 이용객이 다녀간 것에는 관장님의 미모와 친절도 한 몫 한 것 같은데요.”
다감이의 농담에 환하게 웃는 고은희관장의 미모가 더욱 돋보인다.

쉼은 휴식이며 활기를 위한 조용한 에너지다. 일을 하는 중에 잠깐 쉬는 일을 말하지만 그 가치는 엄청나다. 지친 몸은 휴식으로 활력을 찾고, 산란해진 영혼은 맑아진다. 휴식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맛본 사람은 일만큼이나 휴식을 챙긴다.

휴가를 일탈과 동격으로 여기는 풍조가 대세다. 톱니바퀴처럼 꽉 짜여서 돌아가는 일과를 평범한 일상으로는 보상받을 수 없다는 생각들이 현대인들에게는 팽배해 있다. 쫓기듯 내달리기만 해야 하는 격무에 대한 부담을 어디로든 떠나서 잠시나마 잊고자 한다. 그렇지만 막상 떠나려면 마땅한 휴식처가 없다. 그럴 때 들를 만한 공간이 울산에도 있다. 따듯한 지식을 향유로 수다조차 격조가 달라지게 하는 공간. ‘문화쉼터 몽돌’을 들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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