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기획

서사적 원형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거듭나기까지

다감이 이혜영

다감이 이혜영

■서사적 원형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거듭나기까지

‘올게심니’라는 것이 있다. ‘올게심니’는 입추(立秋) 지나 한 해 동안 지은 벼농사 중에 일찍 수확한 벼를 조상에게 바치고 감사의 제를 올리는 세시풍속이다. 산청에서는 몇 해 전부터 이를 재현하여 ‘산청 올게심니 어울림 행사’를 열고 있다.
제주도의 ‘탐라국 입춘굿놀이’는 입춘날 연행하는 무당굿놀이다. 호장(戶長)과 백여 명의 심방(무당), 기생, 주민, 목사(牧使) 등이 참가하여 한 해의 풍농을 기원하는 제주의 전통행사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강릉단오제’는 매우 인기 있는 축제이다. 단오를 전후하여 펼쳐지는 강릉 지방의 향토 제례 의식으로, 이 축제에는 산신령과 남녀 수호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대관령 국사성황 모시기를 포함한 강릉 단오굿이 열린다. 그리고 전통 음악과 민요 오독떼기, 관노가면극(官奴假面劇), 시 낭송 및 다양한 민속놀이가 개최된다. 전국 최대 규모의 노천 시장인 난장(亂場)은 오늘날 이 축제의 중요한 요소로서, 이곳에서는 이 지방의 토산물과 공예품이 판매되고 여러 가지 경연과 서커스도 공연된다.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어 있는 강릉 단오제가 2005년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무형유산인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에 선정되었다.

이처럼 한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들은 정초에서 연말까지 절기(節氣)마다 있는 세시 풍속과 민간신앙에 근거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적 특색을 가미한 것이다.
우리의 세시 풍속과 민간신앙에는 신과 인간의 소통, 자연과 인간 상생, 인간과 인간의 화합을 위한 휴먼 드라마이다. 우리 조상이 세대를 이어오며 가장 바탕을 둔 것은 신과 자연과 인간의 소통이며,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안녕(安寧)을 염원하는데 있다. 그 기저는 ‘사악(邪鬼) 한 것은 쫓고 경사(慶事)로운 일을 맞이한다.’라는 벽사진경(辟邪進慶)이다. 벽사진경의 양상은 현재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가정에서 집안의 평안과 번창을 빌기 위해 집을 지키는 여러 신들을 대접하기 위해 고사를 지내는 일, 입춘첩(立春帖)을 바르는 일, 삼재(三災)를 쫓기 위해 세 마리의 매를 그려 붙이는 일 등은 악귀나 재화(災禍)를 쫓고 한 해 동안 복되게 살기 위한 간절한 바람이다.
마을에서도 당나무와 소도(蘇塗)를 비롯한 솟대, 장승은 마을을 수호하는 신목으로 동신제(洞神祭)를 지냈다. 이는 마을 사람들의 무병과 농사의 풍년을 빌고, 마을의 경계 표시로 악귀를 쫓는 이정표 역할을 하였다.

처용문화제

울산에서 ‘처용’은 그리 낯설지 않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처용의 기원은 신라 헌강왕(憲康王) 때 처용(處容)에 관한 설화로, 『삼국유사(三國遺事)』 권2 기이(紀異)편에서 처용랑 망해사(處容郞望海寺)에 실려 전해지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라가 태평을 누리자 왕이 (879년, 헌강왕 5) 개운포(開雲浦:지금의 울산) 바닷가로 놀이를 나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덮이면서 갑자기 천지가 어두워졌다. 갑작스런 변괴에 왕이 놀라 좌중에 물어보니 일관(日官)이 말하되 “이것은 동해 용의 짓이므로 좋은 일을 행하여 풀어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용을 위하여 절을 짓도록 명(命) 한 즉, 바로 어두운 구름은 걷히고(이로부터 이곳을 開雲浦라 하였다), 동해 용이 일곱 아들을 데리고 나와 춤을 추었다.
그 중 하나가 왕을 따라오니, 그가 곧 처용이었다. 왕을 따라온 처용은 달밤이면 거리에 나와 가무(歌舞)를 하였다하며, 왕은 그를 미녀와 짝지어주고 급간(級干)의 벼슬을 주었다. 한편 아름다운 처용의 아내를 역신(疫神)이 사랑하여 범하려 하였으나, 처용이 노래를 지어 부르며 춤을 추었더니 역신이 모습을 나타내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그 후부터 백성들은 처용의 형상을 그려 문간에 붙여 귀신을 물리치고 경사가 나게 하였다. 그리고 헌강왕이 세운 절 이름을 망해사(望海寺), 혹은 신방사(新房寺)라고 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이 때 처용이 춘 춤의 악부(樂府)에 처용무(處容舞)라 전해지고 이 춤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정재(呈才, 대궐 안의 잔치 때에 벌이던 춤과 노래) 때와 구나의(驅儺儀, 고려ㆍ조선 시대에 궁중에서 역병을 일으키는 귀신을 쫓던 의식) 뒤에 추는 향악(鄕樂)의 춤으로 발전하였으며, 이를 처용희(處容戱)라고도 한다. (두산백과 참조)

처용설화와 처용무가 중요한 것은 울산의 지역명인 ‘개운포’가 설화와 관련성이 있고, 처용무의 그 연원이 『삼국유사(三國遺事)』 기이(紀異)편 ‘처용랑 망해사(處容郞望海寺)’조에서 비롯하여 조선시대 『악학궤범(樂學軌範)』까지 전해지는 것이다. 고려 때 처용무는 한 명이 추었다. 이후 조선 세종 때 오행(五行)을 중심으로 오방처용무로 재창제하고, 학무·연화대무를 합설(合設)하여 학연화대처용무로 궁중나례와 궁중연례에 추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의 처용무의 연원 역시 벽사진경과 관련한 사상과 의미가 담긴 우리의 고유 민간신앙과 세시풍속의 전래되어 내려온 유속이다. 현재 처용무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로 지정되어있다.

  • 센터이미지01
  • 센터이미지01

올해 51주년을 맞이하는 ‘처용문화제’는 울산의 대표 문화축제이다. 앞서 언급한 처용설화와 처용무의 발상지로 울산의 전통과 역사, 민속 문화를 더욱 성숙시키고, 처용 관련 콘텐츠 발굴과 육성을 기본 방향으로 ‘처용, 희망을 부르다’를 슬로건으로 10월 개최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축제의 이름과 성격, 조례 등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점과 시민들이 즐기며 참여하는 축제보다 학술적인 면이 지나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그래서 울산문화재단 출범 이후인 올해는 긴장감이 돈다.
이번 처용문화제는 울산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주제로 무형문화재로 자리매김한 ‘처용무’의 전통예술의 원형을 복원하고, 처용설화에 담긴 평화의 메시지 ‘울산의 지난 50년’을 회고한다. 또한 시민의 화합을 도모하는 울산의 대표축제로서의 본질과 의미를 전달하고 영상과 무대를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체 프로그램으로는 다섯 가지 구성으로 이야기로 풀어내는 처용설화, 처용무, 울산의 변천사, 포용과 화합의 미래도시,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주제공연, 청년예술가와 함께하는 처용 그리기, 처용암 라이브페인팅, 무형문화재 시연,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행사, 학술심포지엄 ‘처용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처용·처용무와 관련한 영상자료 상영 등 전시·학술 행사, 먹거리 장터와 가족 체험부스 운영, 폐막공연으로‘대동놀이’의 화합마당, 고유제, 민속놀이 시연, 한국민속예술축제 대표 선발 경연 구·군행사로 진행된다.

■ 세계의 화합과 융합을 위해,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처용문화제가 지금까지의 역사를 쓰는 동안 콘텐츠 개발 등으로 끊임없이 내실과 발전을 꾀하였다. 그 성장의 발판으로 탄생한 것이 ‘Ulsan World Music Festival(UWMF, 움프, 이하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과 ‘Asia Pacific Music Meeting(APaMM, 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 이하 에이팜)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처용문화제와 연계하여 같은 기간에 열리던‘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과 ‘에이팜’이 올해부터 그 기간을 달리한다. 처용문화제보다 한 달 먼저 세계 음악과 에이팜 쇼케이스를 감상할 수 있다. 울산문화재단은 두 가지 축제를 각각 전통역사문화축제와 음악전문 관광축제로 특화하여 더욱 발전 시켜 나갈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변함없이 지향하는 바는 더욱 많은 울산 시민과 함께하며, 축제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더욱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은 우리 민족의 역사 정체성을 찾기 위해 세계의 음악을 개방하고 알아감으로 현 시대가 세계와 화합하고 융합해가는 과정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처용월드뮤직페스티벌’이 이제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UWMF’로 울산지역이 세계 음악과 소통하며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변화는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거나 지속하게 하고, 때로는 소멸하게도 한다. 고려의 처용무가 조선의 오방처용무로 재창제되고, 궁중나례와 궁중연례로 『악학궤범(樂學軌範)』수록되어 현재까지 전해지기까지 많은 변화를 겪은 것처럼 시대의 흐름을 춤과 음악, 예술이 겪는 것이다.

‘에이팜’ 역시 그러하다. 한국 최초의 뮤직마켓 사업으로 국내 뮤지션의 해외 진출을 위해 2012년 10월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올해 6회째를 맞이하며 세계의 비수도권 유일의 뮤직마켓이 우리 지역에서 열린다.
에이팜은 에이팜 초이스, 에이팜 쇼케이스, 컨퍼런스, 멘토링 섹션, 아이디얼 매칭, 네트워킹 파티 등 여섯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에이팜 초이스’는 공식 공모와 심사를 통해 해외진출을 위한 뮤지션을 선정하는데, 국악과 월드 뮤직, 재즈 등 동시대의 문화적 정체성을 뚜렷이 간직하고 있는 음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선정된 음악은 국내·외 초청인사와 시민에게 ‘에이팜 쇼케이스’로 소개된다.
컨퍼런스와 멘토링 섹션, 아이디얼 매칭, 네트워킹 파티와 관련된 프로그램에서는 델리게이트(Delegate, 집단의 의사를 대표하는 사람)라 하여 매년 워멕스(WOMEX),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SXSW), 워매드(WOMAD), 미뎀(Midem), 페스티벌 문디알(Festival Mundial) 등 세계 주요 뮤직마켓 디렉터 및 국내외 저명음악산업 관계자들을 초청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산업 관계자들과 아티스트가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다각도의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문화적 교류를 실현하고 한국 음악의 해외 진출 기회를 위한 전략적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에이팜쇼케이스,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라인업
2017 에이팜 쇼케이스 라인업 2017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라인업
고스트윈드 (GOSTWIND, 국악 록, 서울)
김소라 (국악 및 월드뮤직, 서울)
내드름 연희단 (국악·퍼포먼스, 울산)
서정민 (국악, 광주)
스카웨이커스 (SKAWAKERS, 스카·레게, 부산)
에이퍼즈 (A-FUZZ, 재즈, 서울)
첼로가야금 (CelloGayageum, 퓨전국악, 베를린)
최고은 (어쿠스틱, 서울)
카운드업 (Kound Up, 퓨전국악, 서울)
파래소 (Pareaso, 전통 및 창작국악, 울산)
벨씨르크 (Belcirque)
노선택과 소울 소스 & 김율희
펀츠 (Funzz)
마리아나 바라흐 & 쿠아트로 미니말 (Mariana Baraj & Cuatro Minimal)
억스 (AUX)
라팃 팡파르 (La Tit'Fanfare)
배씨방 (Baeshi Bang)
아시안 프로젝트 (Asian Project)
에밀 쿠스트리차 & 더 노스모킹 오케스트라 (Emir Kusturica & TNSO)

올해부터 새로운 브랜드로 시작하는 APaMM × UWMF. 울산의 대표 음악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 첫 걸음을 많은 더욱 사람들이 참여하며 음악을 즐기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 처용문화제와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그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처용문화제가 반백의 전통 축제로 유망축제나 유명 축제에 선정되지 못하였다 해도 괜찮다. 어느 것이나 시행착오가 있어야 더욱 성장하는 법이다. 이미 지난 일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자기평가에 대한 냉정한 이해와 수용은 감내하여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더불어 51년째 맞이하는 처용문화제가 시민과 즐기고 어우러지는 축제이었으면 한다. 시민과 소통과 화합이 이루어지고 내실이 단단해졌을 때 유망과 유명은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시민을 위해 문턱을 낮추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축제였으면 한다.

※주요일정

제51회 처용문화제
‘처용, 희망을 부르다’를 슬로건으로 열리는, 울산의 축제이다. 울산의 전통문화를 선보이고 전통과 역사, 민속 축제로서의 자리를 잡고 있다. 설화의 발상지로서 시민과 처용 관련 스토리를 공유하고 지역 원천 콘텐츠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취지이다.
·일시 : 2017. 10. 14.(토) ~ 10. 15.(일)
·장소 : 대화강대공원 일원
·프로그램 : 공연, 문화, 전시·학술행사, 화합마당, 구·군행사

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 APaMM(Asia Pacific Music Meeting)
한국음악의 세계 진출을 위한 사업이다. 세계 비수도권 유일의 뮤직마켓으로 아시아권의 음악산업과 관련 네트워킹으로 허브를 구축한다. 국내 뮤지션을 공모와 심사를 통해 선발하여 해외 진출을 돕는다.
·일시 : 2017. 9. 15.(금) ~ 9. 17.(일) 3일간
·장소 : 태화강대공원 느티마당, 롯데호텔 등
·프로그램 : 에이팜 초이스, 컨퍼런스, 멘토링 섹션, 아이디얼 매칭, 네트워킹 파티

월드뮤직페스티벌 UWMF(Ulsan World Music Festival)
세계 음악을 지역민에게 소개한다. 지역과 민족 역사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세계의 음악을 개방하여 현시대가 만들어내는 여러 민족의 독특한 색깔을 가진 음악을 선보인다.
·일시 : 2017. 9. 15.(금) ~ 9. 17.(일) 3일간
·장소 : 태화강대공원
·프로그램 : 음악공연

▼ 월드뮤직페스티벌 참가 뮤지션의 음악을 미리 감상하세요.
  • 벨씨르크

    Belcirque

  • 노선택과 소울 소스 & 김율희

    노선택과 소울 소스 & 김율희

  • At Adau

    At Adau

  • Funzz

    Funzz

  • Mariana Baraj

    Mariana Baraj

  • Cuatro Minimal

    Cuatro Minimal

  • AUX

    AUX

  • La Tit'Fanfare

    La Tit'Fanfare

  • 배씨방

    배씨방

  • 아시안 프로젝트

    아시안 프로젝트

  • Emir Kusturica & TNSO

    Emir Kusturica & TNS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