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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공공기관의 SNS를 만나다

다감이 장원정

다감이 장원정

바야흐로 일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90년대 말과 2000년 대 초반 케이블 인터넷과 ADSL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초고속 인터넷이 크게 보급되고, 이와 함께 시작된 초창기 개인 홈페이지 운영은 나이와 직업으로 봐도 지극히 제한 – 주로 IT 분야 종사자 - 된 사람만이 접근 가능했다. 하지만 포털이 보다 진화된 서비스형 블로그(web + log = blog, 개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제공하면서부터는 ‘내가 운영을 할 수 있다 없다’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할 건지 말 건지‘라는 선택의 문제로 상황은 바뀌어 버렸다. 여기에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드는 상황으로 변해 버렸다.

직업과 나이에 따라 선호하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는 있을망정 SNS 자체를 기피하는 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인터넷 초창기 민간 분야보다 훨씬 발 빠르게 홈페이지라는 형식은 구축했지만 정작 내용은 형식을 따라가지 못했던 대한민국 공공기관도 이런 상황에 더디지만 뒤처지지 않고 변화하고 적응해 오고 있다. 블로그는 물론이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톡까지 일정 정도 규모의 기관이면 다들 전담 부서나 인원을 두어 시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 울산 역시 마찬가지다. 시를 필두로 해서 각 구청 그리고 지역에 있는 여러 재단이나 공기업이 SNS 담당 인원을 두거나 아예 시민기자단까지 꾸려 일방적인 보도 자료만 배포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벗어나 진짜 시민들로부터 쓴소리까지 듣고 있다.

올해 출범한 울산문화재단 역시 한 단계 진화한 웹진과 소통 미디어를 준비 중이다. 새롭게 시작할 웹진을 기대하면서 울산에서 활발하게 시민들과 소통 중인 몇몇 눈에 띄는 공공 기관 SNS 담당자를 만나 얘길 들어 보는 걸 어떨까? 울산문화재단 웹진 발간에 맞춰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울산누리홈페이지

먼저 울산광역시 공식 블로그 ‘울산누리’(blog.ulsan.go.kr)다. “시에서 알리고자 하는 내용보다 시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현재 시에서 울산누리를 3년째 맡고 있는 김미자 주무관의 설명이다. 울산 지역 맏형 블로그로서 2011년 7월에 시작한 울산누리는 울산 시민들 궁금해할 만한 울산에 관한 모든 내용이 망라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정보들도 함께 채워져 있어 꼭 지역 소식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얘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평가다.

이에 더해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시민 기자의 취재 활동도 활발하다. 1기에 6명으로 시작한 시민기자단은 현재 35명으로 규모만이 아니라 블로그에 올리는 내용도 상당히 광범위하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언론 기자가 아니라 시민 기자만이 가진 장점을 묻는 말에 “타성에 빠지지 않고 신선한 눈으로 울산을 바라보고 느낌 그대로 글로 표현하는 게 좋다” 라며 가끔 너무 솔직하게 표현해서 위태위태하지만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은 일반 기자에게선 찾아 볼 수 없는 매력이란다. 매년 지속적인 워크숍을 통해 시민 기자의 역량 강화도 꾀하는 한편 시민 기자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여는 블로그 기자단 데이는 기자 간의 상호 소통은 물론 취재하면서 느낀 시정이나 행사의 여러 문제점도 가감 없이 전해 듣는 기회이다. “3년 동안 울산누리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처음에는 제가 쓴 기사가 무슨 영향을 미칠까 사실 쓰면서도 반신반의했어요. 잘 안 알려졌던 좋은 행사나 장소에 애정이 있는 편이라 이에 관해서 꾸준히 글을 써 왔는데 제가 쓴 글을 읽고서 찾게 됐다는 얘기를 전해 들을 때면 정말 보람되더군요. 그리고 간혹 몇몇 부분에 대해서는 안 좋은 얘기도 하게 되는데 좋은 방향으로 시정이 되는 걸 보고는 기자로서 사명감까지는 몰라도 좀 더 꼼꼼하게 주위를 돌아본다고나 할까...” 취재 현장에서 만난 시민 기자가 전해준 얘기를 듣다 보면 울산누리가 게으르게 지내오지는 않은 느낌이다.

“가려운 부분을 꼭 집어 긁어 줄 수 있는 울산누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주무관이 전해주는 짧은 말에서 울산누리의 고공 행진 이유가 명확히 드러난다. 묻고 싶었으나 차마 물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 먼저 신경 쓰고 알려주니 한 번 방문한 이의 재방문은 따 놓은 당상. 방문객 수가 6~7천 명도 정도라니 필요한 정보의 제공과 시민과의 소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있는 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훗!

큰애기 인스타그램

울산광역시 중구는 대부분 기관이 운영하는 기존의 블로그가 아니라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iam_ulsankeunaegi)을 중심으로 통해 소통에 나선 것이 돋보인다. 그것도 그냥 중구 여러 행사나 축제 등의 이미지를 의미 없이 쭉 나열하는 게 아니라 ‘울산 큰애기‘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지역과 축제를 하나의 이야기로 버무리고 빚어 친근하게 인친 (인스타그램 친구의 줄임말, 네트워크 상의 이웃 Follower)에게 들려주는 세련된 방식이다.

“울산 큰애기는 판타지가 가미된 타 지자체의 동물, 로봇 캐릭터와는 달리 철저히 현실 속 캐릭터예요. 취업, 다이어트 고민도 하고 면접도 보러 다니고, 막 입사한 직장에서 혼나고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죠.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요. 요즘 젊은이들처럼. 저희는 큰애기가 친구 같고 나 자신 같은 현실의 캐릭터가 되는데 주안점을 둡니다. 그리고 이 친구를 통해 시민들께 위로와 웃음을 드릴 수 있길 희망해요. 그렇게 친근하게 다가가다 보면 시민들께서도 더 편하게 구정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실 수 있겠죠. 울산 큰애기가 중구청과 시민 간의 소통의 계기가 되길 바라고, 그것이 저희가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준비 기간을 거쳐 올 3월부터 중구 인스타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전지원 주무관이 전하는 울산 큰애기라는 캐릭터 탄생 배경이다. 김상희의 노래로 잘 알려진 울산 큰애기는 사실 다정하고 상냥한 여성이다. 반면에 중구 인스타그램에서 보여 지는 울산 큰애기는 다정하지만 때론 까칠하고 성실하지만 허당끼도 있는 여성이다. 생계형 캐릭터를 표방한 울산 큰애기가 다양한 중구 모습을 배경으로 예상치 못한 일이나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친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던 큰애기가 공무원이 되는 일련의 이야기를 올렸을 때는 실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큰애기가 인상적이었는지 캐릭터를 활용해 상품을 제작하고 싶다는 요청이 꾸준히 들어온다고 한다(현재 상표권 출원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편 이미지 위주인 인스타그램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얘기는 ’큰애기 카드 뉴스‘라는 이름으로 중구청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usjunggu3000)에 매주 올려 인스타그램이 가지는 한계를 영리하게 극복하고 있다.

“큰애기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가까이 있으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울산 중구의 다양한 면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또한 큰애기의 일상을 팔로우하며 동질감을 느끼고 애정을 가지시면 저희 중구청 공무원들도 좀 더 편하게 느끼시지 않을까요? 그럼 부담 없이 구정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도 있고요. 큰애기 인스타그램이 시민과 구청 간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정말 보람될 거 같아요.” 현재 울산 공공기관 중 가장 진화된 방식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는 중구청 인스타그램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문화재단 페이스북

마지막으로 울산문화재단이다. 신생 기관인 울산문화재단은 SNS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는 페이스북을 시민과의 소통 수단으로 삼았다. 지난 4월 오픈한 울산문화재단 페이스북은 재단이 담당하고 있는 다양한 행사 소식 및 활동 위주의 게시물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초기이기 때문에 활성화되어 있지 않지만, 다른 재단의 페이지처럼 수 백, 수 천 명의 시민들에게 엄지손가락 하나로 문화예술계 소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담당자 이도훈 주임의 희망이다. “시민과의 소통 수단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친숙함과 접근성이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사용하면서 검색하기도 쉽고, 이미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미디어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을 통한 접근이 필수라고 생각했죠.”

뉴스피드 형식으로 게시물이 올라가는 페이스북은 재단의 페이지를 ‘좋아요’만 누르면 다양한 소식을 전해준다. 재단의 페이지에서는 그동안 쌓여온 재단의 활동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좋아요’가 눌러진 게시물은 ‘좋아요’를 누른 이용자의 친구들에게도 노출이 되며 시민들의 인맥을 타고 흘러들어간다. 하지만 현재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좋아요’ 수가 극히 적은 상태. “아직 울산문화재단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다양한 홍보 전략 중 SNS를 통해 저희 재단을 알리는 것이 저희 재단 페이스북 페이지의 목적이죠. 현재 재단의 팀별 사업 담당자들이 꾸준하게 홍보 게시물을 게시하고 있습니다. 더욱 많은 시민들이 ‘좋아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울산도 다른 지역에 뒤지지 않는 문화예술의 보고라는 것도 알리고 싶습니다.” 젊은 울산처럼 젊은 재단의 기백은 SNS를 타고 전국으로, 약간의 허풍을 더해서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울산문화재단은 SNS를 통해 재단의 소식을 전하는 것과 더불어, 웹진을 통해 시민들의 눈으로 본 문화예술 현장의 소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울산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기자들 다감이는 문화예술 현장에서 직접 체험을 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행사와 재단의 모습을 취재한다. 현재 울산문화재단의 다감이는 6명으로 예술가들의 창작활동, 문화예술 현장을 찾아온 관람객들, 문화예술 창작 활동에 뛰어든 시민들의 모습을 취재하고 있다. 또한 재단과 울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행사 및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 재단 직원들도 직접 웹진 제작에 참여하며 전문성을 더한 웹진을 추구하고 있다. 시민과 직원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울산울산문화재단 웹진은 월 1회 발행되며, 시민과 소통하기 위한 미디어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르랴. 이제 첫 삽을 뜬 울산문화재단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웹진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고 잔 바람에 흔들릴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시민과 소통하고자 하는 울산문화재단의 의지대로 꾸준한 성과를 내며 착실하게 재단과 시민을 이어주는 미디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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