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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그림

당신의 세상은 어떤 빛깔인가요?
-미디어 아트로 만나는 "모네의 빛과 영혼"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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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1840.11.14. - 1926.12.05

여름은 더위와 습한 날씨로 환영받지 못하는 계절이지만,
그 속에는 여름이기에 가능한 색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말에는 ‘빛깔’이라는 단어가 있다.

빛깔 [빋깔] [명사] 물체가 빛을 받을 때 빛의 파장에 따라 그 거죽에 나타나는 특유한 빛.

태양 광선은 여러 가지 길이의 파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것이 빛깔의 근본이 되고. 빛이 없는 곳에는 색채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사로운 햇볕을 받은 여름날은 어떤 색일까?
짙어진 녹음부터 파란 하늘까지.
자연이 보여주는 여름 빛깔을 19세기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그림에서 만나보자.

지금 울산 현대예술관 미술관에서는 인상주의의 시초 클레드 모네의 삶과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모네의 빛과 영혼전’은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삶과 작품을 최신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했다. 풀 HD급 프로젝터를 사용해 대형 스크린 곳곳에 모션 그래픽 작업이 완료된 영상을 비추고, 그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이 더해져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관람이 가능하다.

필자는 정규 도슨트 시간에 맞춰 관람객들과 함께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감상했다.
그림만 보는 시간도 좋지만, 해설을 들으니 모네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욱 쉬웠다.

*도슨트: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

모네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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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1_모네의 삶과 그림
인상주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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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을 통해 그의 삶을 찬찬히 훑고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인상, 해돋이> 많은 예술가는 자연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사실을 묘사했던 이전 화가들과 달리 모네는 이젤과 물감을 들고 실내 작업실을 벗어나 밖으로 나갔다. 붉은 태양이 바닷물에 반사되는 빛의 흐름에 맞춘 붓 터치는 빨라질 수밖에 없었고, 흐릿한 색채와 명확하지 않은 윤곽선은 ‘인상주의적’ 그림을 탄생시켰다.

이 명작은 당시 ‘아름다움은 찾아볼 수 없고 단지 인상만 남을 뿐'이라는 조롱을 들었지만, 모네는 어떤 선입견도 없이 마치 카메라처럼 자연을 본 그대로 순수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빛의 변화에 따라 자연과 사물의 느낌도 달라져야 한다는 ‘인상주의’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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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 그림에 대해 토론하고, 마치,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내 그림을 이해하는 척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것은 그냥 사랑해주는 것이다.”

section2_예술가의 사랑 (초기~1883년)
모네의 아내이자 뮤즈였던 카미유와의 사랑

너른 스크린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가면 19세기의 문이 열리고, 액자 속의 공간은 현실이 된다. 그리고 한 발자국 더 깊숙이 디디면 관람객은 모네 그림의 일부로 남는다. 미디어 아트 전시를 확인할 수 있는 이곳은 원화를 기반으로 풍부한 디지털 이미지를 생산해 그림 속 바다는 물결치고, 공원 그림 속에는 꽃잎이 흩날린다. 전시공간을 산책하듯 자유롭게 거닐던 사람들도 대형 스크린 앞에 앉아 오래도록 모션이 더해진 그림을 감상하고 있었다.

복도에는 여러 작품이 걸려있는데, 그림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액자마다 한 여성과 남자아이가 등장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모네의 정신세계에 영원히 존재하며 영감을 불러일으켰던 단 한 사람, 카미유 동시외. 그리고 아들 장이다. 모네와 카미유는 모델과 화가로 만나게 되었고, 낯설 설렘은 운명적인 끌림으로 발전했다. 그녀의 일생을 따라 남긴 예술의 흔적은 고스란히 모네의 작품으로 남았고, 모네의 카미유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현재까지도 많은 관람객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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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을 든 여인’은 단편 그림임에도 그 속의 풍경과 마음이 전해진다. 양산이 알려주는 날카로운 햇볕, 주위에 산산이 부서지는 눈부신 빛의 알갱이. 여인의 드레스 자락을 휘감고, 풀을 뉜 바람 한 줄기.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소양이 없더라도 모네가 담고자 했던 사랑과 아름다운 풍경을 느꼈다면 더없이 완벽한 감상이지 않을까?

section3_지베르니의 빛 (1883년~1920년)
모네의 빛의 정원, 지베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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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였던 카미유를 병으로 떠나보낸 모네는 한동안 붓을 들지 못했다. 그러다 파리 근교의 지베르니로 이사해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고 회화적 영감을 얻으려 모내는 집 근처에 지베르니 정원을 조성하게 된다.

모네의 이름 앞에는 화가라는 명칭이 늘 붙어 있었지만, 그를 아는 당시 사람들은 모네를 '지베르니의 정원사'라고 부르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모네는 다양한 풍경을 찾아 여러 곳을 여행하기도 했지만, 세상을 떠날 때까지 43년간 지베르니에서 정원을 가꾸며,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고 한다.

‘내 심장은 항상 지베르니에 머물렀다’고 모네가 표현했듯이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던 곳으로 지베르니 정원을 소재로 약 500여 점의 작품을 남긴다. 지베르니 연못은 가장 이상적인 빛의 효과와 색채를 재현하는 자연물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어디 하나 모네의 손길과 애정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지베르니는 모네에게 있어 경외의 공간이자 예술의 신전 같았고, 이전까지 찾아볼 수 없던 궁극의 이미지가 실현되는 곳이었다.

모네의 영혼의 공간이자 끊임없는 영감을 주었던 지베르니가 환상적인 미디어 아트로 재탄생 되었다. 감성을 자극하는 배경 음악을 들으며 생동감 넘치는 정원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네의 지베르니로 여행 온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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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4_빛의 구도자 (1920년 전후)
찰나의 빛을 낚아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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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빛이 보여주는 세상을 솔직하게 포착하여 그린다’는 인상주의의 대표작 수련. 모네의 수련 연작은 무려 30년에 걸쳐 완성된 걸작이다.

모네는 1893년 자신의 정원을 더 넓힐 수 있도록 그 옆 대지를 더 구매했다. 그는 물을 끌어와 연못을 만들고, 수련을 심었으며 그가 사랑하는 일본식 아치형 목제 다리를 설치했다. 그 뒤로 모네는 자신이 만든 물의 정원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수련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모네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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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일매일 그림을 그리며 매 순간 달라지는 자연채광의 변화를 독특하게 표현했고, 그 결과물인 수련 연작만 봐도 모네가 얼마나 빛과 계절의 흐름에 예민했었는지 알 수 있다. 모네에게 지베르니 정원은 ‘세상에서 가장 큰 팔레트’였던 셈이다.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들은 미술관 복도에 은은한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수련과 건초더미, 포풀러 나무, 워털루 브릿지 연작 앞에 선 사람들의 눈빛을 보니, 이미 지베르니 연못을 어딘가를 걷고 있는 듯했다.

section5_황혼의 빛
모네그림 모네그림

모네의 그림이 크나큰 공간을 가득 메운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곳은 수면 위에서 고운 빛깔을 뽐내는 수련 위에 올라설 수도 있고, 눈앞 가득 펼쳐지는 형형색색 꽃들이 피어있는 풍경 속에 파묻혀 볼 수도 있다.

그림이 미디어 아트로 재현되었기 때문에 실제 그림보다 몇 배 이상 확대되어 붓 터치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정확하고 세밀하지는 않지만 느슨한 듯 고르지 못한 붓질 속에 모네가 매분, 매초. 빛의 변화를 화폭에 담고자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보였다. 그러나 온종일 빛을 보며 작업하느라 모네의 시력은 크게 손상을 입었고, 결국 백내장이라는 병을 얻고 만다.

그럼에도 모네의 수련 그림은 멈추지 않았고, 점차 추상화, 단순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시기에 추상 표현주의로 나가는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그의 작품들은 그야말로 미술사에 빛나는 보물로 남게 되었으며 훗날 그는 ‘인상파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그 노력이 느껴져서일까? 각종 이국적인 식물과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한 정원 속에서 사람들은 좀처럼 떠나지 못한 채 그림 앞에서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빛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한다’라고 말한 그의 예술적 명제는 이곳 지베르니 정원을 통해 가장 찬란하게 빛나며 그의 여정을 마무리 짓는 곳이 되었다.

인터랙티브 존과 기념품샵
모네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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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인터랙티브 존이 기다린다. 인물이 그려진 체험지에 정성껏 예쁜 색을 입힌 뒤, 안내 직원에게 가져다주면 된다. 그럼 모네의 작품 배경 속에 관람객이 채색한 그림이 움직이며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모네 관련된 도서부터 아기자기한 소품들까지 다양한 기념품도 판매되고 있다. 지인들에게 혹은 모네 작품을 만난 이 순간을 기념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좋은 찬스! 전시회 한 바퀴를 돌고 기념품 하나를 품 안에 안고 간다면 전시회의 여운은 오래도록 간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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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와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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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빛과 영혼전을 관람한 후에 둘러본 세상의 빛깔은 관람 전보다 눈부셔 보였다. 바람에 흔들이는 나뭇잎과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선을 갖고 모네는 평생을 인상주의자로 살았고, 죽기 전까지도 인상주의만을 추구하며 빛을 쫓았다. 흔히 인상파들을 ‘빛의 화가들’이라고 부른다. 모네는 수많은 인상파의 거장들 중에서도 아마 가장 빠른 눈으로, 가장 찬란한 빛을 잡아냈던 화가가 아닐까.

그의 삶과 사랑, 그리고 평생을 들여 만든 작품들을 단 하나의 전시회를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건 우리에게 큰 행운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자유롭게 전시공간을 거닐며 시간, 청각, 공감각적으로 모네의 낭만적인 색채에 빠져보자. 똑같은 일상이라며 무심하게 흘려보내던 세상의 빛깔이 달리 보이고, 휴식 없던 마음은 지베르니 그림에 내어놓게 될지니….

*전시 장소 :
현대예술관 미술관
*전시 기간 :
2019.07.18 ~ 2019.10.06
*관람 시간 :
11:00~ 19:30 (입장마감 18:30)
월요일 휴관 / 전시해설: 평일 2시, 4시, 6시, 주말 11시, 2시, 4시, 6시
*가격 정보 :
일반 9,000원 / 어린이, 중·고등학생 7,000원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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