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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골 쇠부리터, 철의 역사를 아시나요?

마당극 ‘달천골 철철철’

다감이 이혜영

다감이 이혜영

인류의 발전은 불을 사용하면서이다. 불은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었다. 불의 발견으로 인간은 음식을 익혀 먹게 되었고 좋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도구를 만드는 능력도 생겨났는데, 그 모양과 재료와 종류도 다양하게 바뀌었다. 진화하게 된 것이다. 고고학에 의하면 청동기 시대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의 발견으로 철의 역사는 시작된다. 운석은 철(Fe)과 니켈(Ni)의 합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을 청동기 유물의 칼날 부분에 붙여 사용한 것이다. 인류가 운철로 철에 대한 지식을 차츰 알게 되면서 비슷한 물질을 찾게 되고, 마침내 땅속의 철광성을 캐내기 시작하였다. 낮은 온도에서 도구를 만들어 가공하는 청동에 비해 철은 그 녹는점이 높아 더 단단하여 잘 깨어지지 않았고, 쉽게 변형되지도 않았다. 다른 금속보다 다루기 또한 어려웠다. 철의 원료와 가공법은 쓰임에 따라 다양하다. 초기에는 금보다 귀한 금속, 흑금(黑金)으로 불리며 장식으로 사용하였다가 점점 사회적 위치와 권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후에는 잘 깨어지지 않는 강철을 만들어 무기를 만드는 것으로 본격 사용하였다. 철로 만든 무기는 전쟁의 승패를 바꿔 놓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바꾸어 놓기도 하였다. 일상에서 철은 농기구로 만들어 작물의 생산력을 높였다. 철은 사람들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 공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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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도 철의 모습은 다양하다. 거칠고 투박한 표면에 색을 입히고 모양을 다듬어 예술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가정에서는 통조림, 칼, 못, 바늘 등으로, 산업에서는 선박, 철골, 자동차, 비행기 등 다양한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생활의 편리를 준다. 뿐만 아니라 전차, 대포, 기관총, 로켓 등 군사용 무기에도 사용된다. 그 쓰임과 성격에 맞게 가려서 잘 사용하여야 한다.

  • 공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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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극 ‘달천골 철철철’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울산 북구 달천골 쇠부리터를 중심으로 삼한 시대, 조선 시대, 일제 강점기 시대를 거치며 변천한 철의 이야기를 시대별로 정리해준다. 극은 인간의 개인적 욕망과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에서 삶의 의미를 풍자와 해학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소위 요즘 아이인 강철은 할아버지를 따라 달천골을 찾는다. 대장장이인 할아버지를 통해 무엇이든 벨 수 있는 ‘신비 검’의 전설을 듣게 되고, 마침내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고대 삼한시대로 간 강철은 철을 발견하여 농기구를 만들고 서로 나누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곳에서 강철은 검을 만드는 족장의 아들 떡배를 만나게 되고, 함께 신비 검을 만든다. 어느덧 신비 검이 완성되자, 욕심에 사로잡힌 떡배에 의해 강철은 검에 찔리게 되고 신비문을 통해 도망친다. 이어 강철은 조선시대로 건너와 역사 속의 인물 ‘이의립’을 만나게 되고, 그와 전국 유랑을 떠난다. 두 사람은 유랑 중에 임진왜란을 겪는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을 보면서 백성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검을 만들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신비 검이 완성되자 강철은 검을 훔쳐 달아나 버린다. 실제 이의립(李義立, 조선시대, 1621~1694)은 농소 달천의 달산에서 무쇠를 발견하고, 토철을 용해하는 제련법을 통해 무기를 만들어 역사에 기여한 인물이다. 다시 강철은 일제강점기 시대로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독립만세운동을 준비하는 심덕이와 극단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면서 신비검을 가지고 있는 강철은 심경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레베카 포스터

인간에게는 무수한 감정이 있다. 그 감정 중에 탐욕을 마음에 담을 때,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헤치게 된다. 이로움보다 화를 부르게 되는 것이다. 마당극 ‘철철철’은 가상인물 강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철의 특징을 시대별로 풀어내었다. 철을 생산했던 달천골 쇠부리터를 중심으로 고대 삼한 시대와 조선 시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실제와 허구의 이야기를 엮었다. 그 속에서 철이 주는 생활의 편리와 인간에 탐욕,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의미를 찾고자 하였다. 제4회 전국 공연장 상주예술단체 페스티벌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마당극 ‘철철철’은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하다. 노래와 춤을 마당극과 악극으로 결합시켜 관객과 자연스럽게 소통하여 어우러진다. 연출은 새롭고 신선하여 극의 재미와 풍성함을 더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관객 수를 가득 채우지 못한 것이다. 공연예술의 연기력과 연출력이 좋아지는 것만큼 앞으로 울산 관람객의 공연장 이용 횟수나 관람 문화가 향상되기를.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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