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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낙엽길은 왜 아름다울까?

다감이 박아현

다감이 박아현

2017년 10월 27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문화 다양성 정책 포럼이 열렸다. 가는 길엔 벌써 낙엽이 쌓이는 계절이라, 바닥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각기 다른 나뭇잎들이 떨어져 뒤섞여 있었다. 문화 다양성 정책 포럼을 마친 후, 류정아 박사님에게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류정아 박사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있는 문화부 산하의 주체 연구를 주관하고 있습니다. 그 문화예술 연구실에서 지역 문화, 지역 문예정책, 지역축제, 문화 다양성과 같은 종류의 연구를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했습니다.
문화인류학이란 무엇인가요?
문화인류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크게 문화인류학, 생태 인류학, 고고인류학으로 나누어져요. 인간의 결혼 방식, 관습, 종교, 식습관, 음식 모든 것들이 다르잖아요? 왜 다른지. 그 근원은 무엇인지 등을 연구하면서 인간의 본질을 탐색하는 거예요. 보통 인류학자들은 자기 필드가 있어요. 박사학위 논문을 쓰려면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으로 가, 1년 내지 2년 정도 살면서 raw data(미가공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을 합니다. 그 사람들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직접 살면서요,
그렇다면 문화다양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인류학에서 문화의 다양성은 기본 키워드거든요. 거기는 왜 그럴까? 그들 나름대로의 논리와 가치를 찾기 위한 학문이에요. 문화 다양성이라는 개념이 있기는 하지만 문화 다양성이 이 정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차별, 배제까지는 확대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인류학이라는 학문이 형성되는 가장 기본 기저가 되기 때문에 우선 정책적으로 문화정책에서 문화 다양성정책 연구를 하는데 인류학 적인 배경 덕분에 빠르게 이해하는데 무척 도움이 됐죠.
저 같은 경우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 1년 반 정도 그 지역의 전통 축제, 지역 축제 연구를 했어요. 인구 1만2천명 정도 되는 작은 마을에 살았는데, 일 년에 축제를 50~70개 정도 합니다. 그럼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 축제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돈도 안 생기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조사를 시작했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더라고요. 축제라고 하는 게 단순히 오락거리와 관광객만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전통과 역사와 경제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주는 퍼포먼스가 된 거죠. 단순히 하루 축제를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축제를 기획하기 위해 지역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지역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재확인하면서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런 축제에 관광객이 와서 봐준다면 좋지만 아니어도 별로 개의치 않아요. 이렇게 지역축제가 메인 연구 주제이다 보니 지역 문화콘텐츠까지 연결이 됐습니다.
문화 다양성 정책이나 포럼은 많이 하는데 정작 이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가 문화다양성을 인정하고,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은 오천 년 동안 한반도 대륙 끝에서 같은 사람들끼리만 살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접한 경험이 별로 없는 민족이에요. 단일민족의 폐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와 다른 걸 빨리빨리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지 않게 되고,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공통점을 찾기 바쁜 거예요. 그렇게 공통점이 하나라도 발견되면 친해지는 거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배척하는 거고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살 수가 없죠. 한국은 경제적으로 발전이 빠르게 되었습니다만, 아쉽게도 의식은 아직까지 과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적인 의식과 경제수준이 갭이 너무 커서 지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걸 문화지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건물을 드나들 때 문을 잡아 주는 기본 에티켓 같은 것을 들 수 있죠. 외국에서는 뒤따라 나오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이지만, 문을 잠시 잡아 주는 것이 몸에 배어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면 뒷사람이 어떻게 되든 상관치 않고 문을 놓아버리죠. 이것이 시민의식의 차이이고, 한국이 수 천 년간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죠. 때문에 한국이 가진 수준 높은 경제력에 높은 시민의식이 우선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화 다양성이라는 것은 별개의 사업뿐 아니라 문화 전체를 아우르고 관통하는 핵심적인 용어입니다. 때문에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아야만 실현 가능한 이야기죠. 소수자에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여성, 그리고 비인기 종목의 예술인들이 속합니다.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소수자에 대해 시민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사라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울산에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문화자원들이 무척 많습니다. 울산이 이 문화자원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여 울산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활용하는 노력들을 좀 더 노력해서 공업도시에서 생태도시로 변화했듯 문화도시로 발전하는 울산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문화다양성 정책포럼01
  • 문화다양성 정책포럼02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득 쌓여 있는 나뭇잎들을 보니, 오늘 들었던 내용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종류가 다른 나뭇잎들이 서로 어우러져 알록달록 더 멋진 낙엽길을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종류의 낙엽이 쌓여 있지만 흉물스럽지 않고 아름답다고 느끼듯, 우리도 어서 그런 날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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