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소란함' - 매곡도서관 테마 특강

<나를 찾아 떠나는 클래식 힐링 여행> 방문기

다감이 박아현

다감이 박아현

삭막한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봄이 찾아왔다. 연두빛 새싹이 움트고, 형형색색의 꽃들이 어지러이 수를 놓는다.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봄은 그리도 꾸준히 찾아왔다. 꾸준한 이 봄과 닮은 곳이 있다. 꽤 오랜 시간을 들여 꾸준히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은 장소. 책과 책 읽는 사람들만 있다는 선입견을 버리게 만든 곳. 도서관이다.

북구 쪽으로는 이렇다 할 문화예술공간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공연과 전시 등을 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보니, 자연스레 공연과 전시 등 역시 턱없이 부족해 졌다. 때문에 북구의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북구를 벗어나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북구에도 몇 년 전부터 새바람이 불고 있다. 북구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들이 나선 것이다. 매달 진행되는 각종 강의와 도서관에서 공간을 대여해 주어 간간히 열리는 전시, 특강이 그것이다.

  • 매곡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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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열렸던 매곡도서관 이모저모

마침 필자가 사는 곳 가까운 매곡도서관에서 류준하 작가초청 ‘테마특강 – 나를 찾아 떠나는 클래식 힐링 여행’이 열려 매곡도서관을 찾았다. 매곡도서관은 작은 외관과 달리 내부는 알차게 꽉 차 있었다. 총 3층으로, 도서관을 들어가는 입구에는 무인 반납기가 설치되어 있어 도서관의 운영시간이 지나거나 휴관일에도 반납할 수 있도록 해 두었고, 그런 입구를 지나 도서관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보인다. 더 안쪽의 복도로 들어가면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마련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어린이 도서관의 맞은편에는 독서를 할 수 있는 작은 로비가 마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건물 곳곳에 편안한 의자와 소파를 비치해 어느 곳에서든 방해 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편안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2층에는 성인들과 청소년이 읽을 만한 책들이 구비 되어 있고, 전형적인 도서관 책상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3층은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동아리 실이 있어 몇몇 사람들이 그곳을 오가고 있었다.

소공연장 입구 전경매곡도서관의 방문을 돕는 건물구조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엘리베이터가 설치 돼 있었으며, 바깥 강연장에는 계단 대신 휠체어가 오갈 수 있는 비탈길로 대체되어 있었다. 모두 도서관을 찾는 이들을 배려한 설비들이었다.

  • 매곡도서관의 방문을 돕는 시설들
  • 매곡도서관의 방문을 돕는 시설들
  • 매곡도서관의 방문을 돕는 시설들
매곡도서관의 방문을 돕는 시설들

매곡도서관의 건물 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강연장이 있는 지하로 가는 길이 있다. 약 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서 ‘테마특강 – 나를 찾아 떠나는 클래식 힐링 여행’이 시작됐다. 흔히들 클래식이라고 하면 지겹고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클래식을 멀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테마특강에서는 사람들에게 클래식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휴식처가 될 수 있음을 알리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했다.

클래식을 감상하는 방법으로는 전통적인 방법인 모든 악장을 순서대로 듣는 것이 있고, 또 다른 방법으로는 사람들이 익숙하게 들어온 음악 혹은 전체 악장 중 쉽고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악장을 선택해 감상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전자의 방법으로는 곡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으나 클래식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고, 후자의 방법으로는 클래식을 즐길 수는 있으나 곡 전체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오늘의 특강에서는 전통적인 감상법으로 음악을 감상했다. 작곡가의 삶을 이해하고 음악 전체를 이해하는 연습을 위해서였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음악을 듣기 전 작가님의 간단한 곡 소개와 작곡가의 상황에 대해 들었다. 모차르트가 재정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에 쓴 곡으로, 5선지를 살 돈이 없어 숫자로만 곡을 썼을 시기에 작곡된 곡이라고 한다.

모차르트의 상황에 대해 알고 나서 듣는 음악은 느낌이 상당히 달랐다. 이 때문에 해설이 있는 클래식같은 강연을 다니는가 싶다가도 한 편으로는 사실을 알기 전에 느꼈던 느낌이 달라진 것이 내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작가님은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나서 들어야만 곡을 이해하기가 쉬워지므로,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매곡도서관 특강 전경매곡도서관 특강 전경

약 20여분의 음악 감상이 끝나고 사람들과 작가님 간의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 어떻게 하면 클래식을 듣게 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고, 작가님은 조바심을 가지기 보다는 어느 날 듣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역시 작가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이라 귀에 더 잘 박혔던 것 같다. 약간의 농담과 클래식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특강이었다. 1회성의 무료 특강이었으나, 유료 특강에 비해 내용 구성이 나쁘다고 볼 수 없는 시간이었다. 때문에 매곡 도서관을 포함에 여러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살펴보니,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강의들이 준비되어 있었으며, 간간히 전시회도 열고 있는 도서관도 있었다.

도서관은 책을 대여해 주고,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에 몰랐던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새롭게 변신한 이 모습은 무척 즐거운 기억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긴 겨울이 지나간 뒤 살랑살랑 찾아온 봄 같은 설렘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니 혹시라도 도서관이 어렵고, 어색한 사람이라면 집 주변의 도서관을 찾아 홈페이지에 먼저 들어가 보자. 그리고 책이 아닌 다른 문화를 즐겨 보는 건 어떨까? 침묵과 고요의 상징이었던 도서관에서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면? 꽤 신선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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