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인물

이제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조차 뻔한 구호처럼 들릴 정도로 대한민국 청년의 삶은 너무 팍팍하다. 게다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아라.” 누구나 주변 어른들에게서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봤을 말이다. 이 말 때문일까? 많은 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보지도 못한 채, 직업다운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을 먼저 느끼고 있다. 누군가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로 청년의 열정을 부채질하기도 했지만 오늘날 사회에서 자신의 청춘을 팔다가는 골병든다는 사실을 청년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문화예술을 기획해서 밥이 나오느냐?’라는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문화예술계를 꿈꾸는 청년들은 갈 곳을 잃고, 오늘도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포기한다. 하지만 ‘문화예술을 기획하면 꿈이 나온다!’고 외치는 청년들이 있다. 자신의 열정을 소모하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문화기획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달리는 ‘청년문화기획단 9012’를 만났다.

1. 응답하라! 청년문화기획단 9012!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울산문화재단 웹진 독자들에게 간단한 인사 및 구성원 소개를 부탁할게요.

이지연: 안녕하세요, 저는 청년문화기획단 9012의 대표 이지연이라고 하고요, 외부 단체와 계약을 하고, 행사 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서유리: 저는 서유리라고 합니다. 청년문화기획단 9012의 대표 프로그램인 ‘골라 골라 예술상점’의 부스 비주얼을 기획하고요, 행사 현장에서는 재료들의 배치와 공간을 담당하고 있어요!

양우창: 반갑습니다. 저는 청년문화기획단 9012에서 정산과 보조 스태프 인력 관리를 맡고 있는 양우창이고요. 또 9012 멤버들의 평균 나이를 높이는 ‘공’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지연, 이소영, 서유리: 하하하! 맞아요.

이소영: 저는 이소영입니다, 노동과 ‘골라 골라 예술상점’의 독특한 재료들을 찾아 구매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죠.

2. 이것이 바로 운명? 청년문화기획단 9012 결성기!

‘청년문화기획단 9012’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지연: 저희는 우선 모든 멤버들의 나잇대가 ‘청년’이고요, 문화기획 일을 하고 있어서 ‘문화기획단’이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또, ‘9012’는 저희의 탄생연도를 나타내는 숫자예요. 양우창 선생님이 90년생이시고요, 저는 91년생. 그리고 이소영, 서유리 선생님이 92년생이어서 9012라는 팀 명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깊은 의미가 있는 거 같은데 되게 단순하죠? 하하. 큰 의미는 없지만 4명 모두가 담긴 소중한 팀 명입니다.

서로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른데, 현재의 멤버들로 결성되기까지 이야기가 궁금해요!

이지연: 올해, 울산문화예술회관 측에서 청년들이 문화예술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기획해주었으면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저는 이게 아주 좋은 기회이고 기회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어떤 프로그램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구체적이진 않지만, ‘무엇이든지 예술이 될 수 있다’ 라는 주제가 떠올랐어요. 그런데 제가 의욕은 충만한데 도저히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이 되더라고요. 제가 당시에는 회사 소속으로 주어진 일만 했지, 외부 기획을 해본 적이 없어서 막막하더라고요. 그때 마침 소영 선생님이랑 유리 선생님은 저랑 같이 장생포 아트스테이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소영 선생님께 아이디어가 있는데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고, 그리고 조금 더 살을 덧붙여줄 기획자가 필요해서 우창 선생님께 프로젝트 제안을 했어요. 양우창 선생님과는 일면식은 없었지만, 재밌게 활동하시는 것 같아 눈여겨보고 있었거든요. 우창 선생님까지 섭외하고 난 후, 어느 정도 틀이 잡혔을 때 유리 선생님께 다시 제안 드렸었어요. 유리 선생님의 능력이 꼭 필요했었거든요. 그렇게 지금의 멤버 구성이 되었어요.

서유리 : 사실, ‘이 멤버들과 함께 하는 건 운명이다’라고 느꼈던 게 저희가 전부 U.C.G.A (울산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 출신 멤버들이에요. 어쩌다 보니 1기부터 3기까지 수료하신 분들이 한 팀에 모이게 됐죠. 또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들 울산 남구문화원에서 일했던 공통점도 있었고요. 이렇게 조금씩 연결고리들이 있어서 이른 시일 내에 친해지고, 끈끈한 팀워크를 다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소영: 끈끈한 팀워크로 원하던 프로젝트를 저희가 맡게 되었고, 6월에 행사를 한 번 치뤘어요.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다음에는 절대 하지 말자!’ 라고 했었어요. 그런데 행사 때 저희의 피, 땀, 눈물이 녹아든 게 보였었는지, 이후에 또 다른 제안도 받게 되었고, 울산문화재단의 프롬나드페스티벌 연계형으로 사업할 수 있게 되어 지금까지 팀이 유지되고 있어요.

‘문화기획단/ 문화기획자’라는 명칭이 다소 생소한데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이소영: 일단 저희가 U.C.G.A(울산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 에 모였던 게 울산에 문화예술과 기획을 하는 사람들이 더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서고요. U.C.G.A(울산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를 수료한 후, 울산의 문화 환경을 활성화시키자는 의미로 ‘문화기획단’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울산 문화예술관련 프로그램이나 교육, 행사, 축제에 관련된 일을 두루두루 하는 문화기획단입니다.

이지연: ‘청년문화기획단 9012’ 이외에 저는 남구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장생포 아트스테이라는 문화 복합 공간에서 교육이나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문화기획자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서유리: 저도 이지연 선생님과 같이 장생포 아트스테이에서 근무를 하다가 지금은 퇴사 후 문화기획자로서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에 공모해서 그때 그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어린이 문화 창작 캠프라든지, 장생포 마을 문화 탐방을 준비, 진행하고 있어요.

양우창: 멤버들 전부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지역 활성화를 위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1년에 한 번 간헐적으로 작가 활동도 하고 있고요. 또 신정 1동에서 ‘문화도모공간 카바레볼테르’라는 명칭의 전시실도 운영하면서 전문적인 문화기획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3. 앞으로도 더 기대된다! 울산문화예술!

  • 울산은 문화예술의 불모지이며 소외지역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활동하시는 여러분들이 느끼기에는 어떤 것 같나요?
  • 서유리: 사실 저희도 이 부분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부분이에요. 과연 그런가? 인정하고 싶지만, 늘 이야기의 끝은 수긍할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이지연: 아까 오시기 전에 이 질문과 관련된 이야기를 저희끼리도 나눴거든요. ‘진짜 불모지 맞나?’ 하고 잠깐의 토론을 했어요. 그렇게 낸 결론은 행사하면 관람객도 적고요, 기획 공급처도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늘 왔던 사람이 오고, 늘 했던 사람이 기획을 하고요. 다양하지 못한 것 같아요. 이런 사실들이 일맥상통하는 게 불모지라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양우창: 그리고 시민들이 이것들을 소비하는 방법을 아직 잘 모르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울산 시민들이 이제 문화를 소비하기 위한 자세를 갖추는 중이라고 생각하고요. 문화소비 습관이 울산에 없다 보니 관광객들도 경주, 부산 그리고 대구로 떠나서 소비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그것들도 예전보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지연: 우창 선생님의 말씀도 공감가지만 저희 내부적으로는 ‘문화소비를 끌어내는 기획자들의 역량도 아직 부족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다른 분들은 잘하고 계시지만(웃음) 저희만 봤었을 때 저희의 역량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 아닌가..그만큼 수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고요.

    이소영: 제가 봤을 때는 시민분들이 막상 행사, 축제장에 오셨을 때는 충분히 즐기시는데요, 그 장소로 오기까지가 힘들어요. 결국 장소로 오게 하려면 문화기획자와 함께관련 단체, 울산 시민들도 다 같이 성장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청년문화기획단으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울산만의 장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서유리: 이건 항상 얘기하는 거지만 ‘기회의 땅’이라는 거요! 저희가 기획한 걸 시도해보려는 마음만 있으면 지원해주는 관련 기관도 많아요.

이소영: 아무래도 다른 지역보다 예산 지원이 잘 되죠.

양우창: 울산이 아직 문화예술로 활동하는 기획자들이 많지 않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서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어요. 그래서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관련 기관들이 그 꿈을 실현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거죠.

울산 활성화를 위한 청년문화기획자의 역할은요?

양우창: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울산은 문화의 불모지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래서 울산이 문화적으로 갖춰진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울산에서 청년문화기획자가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문화예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년문화기획자들이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내려온 축제, 행사와는 다른 창의적인 사고를 활용한 문화를 형성하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봅니다.저희도 그렇게 해야 하고요.

서유리: 여수가 가수 장범준 씨의 ‘여수 밤바다’ 덕분에 문화가 많이 살아났잖아요.또 젊은 층이 열광하는 문화감성이기도 하고요. 울산도 그런 아이디어와 문화가 필요한 거 같아요. 그것이 어렵다는 걸 알기에 더욱이 울산청년문화기획자들이 해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4.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골라 골라 예술상점’

청년문화기획단 9012의 대표 프로그램하면 ‘골라 골라 예술상점’이라고 들었어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이지연: ‘골라 골라 예술상점’이 큰 타이틀이라면, 부제목으로는 ‘무엇이든 예술이 된다’예요.이 뜻이 미술 교육을 받으면 항상 일방적이고 색채도 도구도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일상의 모든 사물이 예술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봐요.사실 골라 골라 예술상점은 ‘사물의 용도와 한계를 규정하는 건 우리 스스로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사물로 직접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도록 상상력을 증진시키는 프로그램이에요. 아이들이 저희 상점 부스로 오면 행사마다 하나의 질문을 던져요. 예를 들어 ‘영웅이 된다면 갖고 싶은 아이템’. ‘나에게 외계인 친구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런 질문들을 하면 스티커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로 적어와요.그럼 저희는 그 상상력을 사고, 대신 상점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 10개로 바꿔주는 거죠. 그리고 아이들은 저희에게 받은 10개의 티켓으로 상점 안에 있는 재료들을 사요. 그런데 재료들의 질과 크기에 따라 티켓 수를 다르게 책정해서 정말 시장처럼 운영하거든요. 그래서 바구니에 원하는 재료를 10개의 티켓에 맞춰서 고르면 계산까지 하고 창작존에서 자유롭게 머릿속에 있는 걸 만드는 거예요.

골라골라 예술상점 이용 코스

서유리 : 아이들에게 10개의 티켓 안에서 타협을 봐야 한다는 걸 가르쳐주는 거죠. 하하. 계산대 오면 애들이 진짜 고민 많이 해요! ‘다는 안 되고 이 중에서 골라야 해’라고 알려주면 스스로 절제하는 법을 배우게 돼요.

이지연: 저는 계산대 앞에서 아이랑 엄마가 함께 쪼그려 앉아서 ‘이거는 빼고~ 이건 넣고~’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었어요!

  • ‘골라 골라 예술상점’을 기획하셨을 때, ‘이런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라는 목표가 있었나요?
  • 이지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무엇이든지 예술이 된다’라는 타이틀 안에서 ‘저희가 상점 손님들에게 고정된 메시지를 주면 안 된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질문에 대한 답도, 재료로 만든 창작물도 정해진 답이 없으니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해도 무방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틀에 갇혀있지 않고 규칙이 없는 프로그램이 저희가 원하는 방향이었는데 아이들이 의도대로 잘 표현을 해주더라고요.

    양우창: 저희가 처음에 이런 이야기도 했었어요, ‘골라 골라 예술상점’을 눈길을 사로잡는 비주얼에 힘을 쏟고 만들어서 SNS에 입소문이 퍼질 수 있게 하자!

    서유리: 상점 방문객 스스로가 ‘골라 골라 예술상점’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고, SNS에 올릴 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다! 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저희가 자체적으로 부스를 제작하는 등 비주얼 연출에 많은 정성을 쏟았어요.
  • SNS에서도 이미 유명한 ‘골라 골라 예술상점’

양우창: 울산에서 즐길만한 문화가 ‘술집’, ‘커피숍’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저희 ‘골라 골라 예술상점’ 프로그램으로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이런 이색적이고 독특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울산에서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어요.

인상적이지만 낯선 프로그램에 대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서유리: 저는 일단 문화예술회관에서 ‘골라 골라 예술상점’을 처음 개시했을 때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강조) 상점이 탄생하기 전까지 모든 멤버들이 겪어야 했던 고생과 아픔, 탄식이 다 담겨 있습니다.(웃음) 매일 야근과 철야를 하면서 자르고 붙이고 소분하는 수작업으로 모든 재료를 준비했거든요. (울먹)

이지연: 맞아요. 그때 저희 내부적으로는 모든 재료를 수작업하느라 힘들었고요, 처음으로 외부 기관과 함께 기획하다 보니까 비결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허둥거렸던 것 같아요. 이런 행사 프로그램 진행 경험도 없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었던 기억이 나요.

  • 양우창: 예산도 문제였죠.

    이지연: 맞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예산으로 어떻게 해냈는지 모를 정도로 열정이 넘쳤던 것 같아요. 하하. 저희의 피, 땀, 눈물 덕분에 적은 비용으로 목표치를 달성했었어요.

    양우창: 매일 산에 가서 나뭇가지 줍고, 솔방울 줍고... 산전수전 다 겪었습니다.

이지연, 이소영, 서유리: 맞아요, 맞아! (박수)

이소영: 사실 준비는 너무 어려웠지만, 행사가 진행 되었을 땐 그 고생이 싹 잊힐 정도로 좋았던 것 같아요.

행사 날, 골라 골라 예술상점을 만난 울산 시민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이지연: 저희가 상점을 준비하면서 행사 날 혼잡을 줄이기 위해 ‘사전접수’를 받아요. 사실 처음에는 낯설고 이색적인 이 프로그램을 시민분들이 잘 받아주실까 고민도 많았는데요, 항상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서 ‘조기마감’을 했고 이번 처용문화제 행사에서도 저희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이 신청을 해주셔서 저희 쪽에서 되려 시민들의 열렬한 참여에 놀랐던 것 같아요.

양우창: 약간 과장돼서 말하자면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서유리: 저도 이번 행사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분이 있었어요, 어머님 한 분이 아이들보다 더 좋아하시는 거예요. 정말 신나신 목소리로 ‘와~!! 완전 좋다! 야~!! 너무 재밌다!’ 외치면서 만드시는 거예요. 애들은 가만히 있는데~ 하하! 그렇게 저희 상점을 이용하면서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저희도 행복해지고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이지연: 맞아요. 서유리 선생님께서 말씀드렸다시피 가족분들이 함께 오셔서 남녀노소 누구나 어울려 즐기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양우창: 또 행사 때마다 모집하는 20명의 보조스태프분들도 ‘골라 골라 예술상점’을 많이 좋아해 주세요. ‘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시간’으로 받아들여 주는 게 준비한 저희 입장에서 고맙고 또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이소영: 그리고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예술품을 보면서 놀랄 때도 많아요. 저는 ‘골라 골라 예술상점’에서 준비된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게 한정적이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은 저희가 상상하지도 못할 기발한 예술품을 만들어 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희의 기획의도를 잘 파악하고, 시민들이 잘 풀어내 주고 계시구나라고 생각해요.

양우창: 정리하면 저희는 제시만 하고, 우리 기획을 완성해주는 건 시민들입니다!

5. 꽃보다 청춘! 앞으로 문화기획자로서의 꽃길은?

앞으로 하고 싶은 기획 그리고 활동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이지연: 지금까지는 지원 사업이나 저희한테 제안이 들어왔을 때만 사업을 했었는데요, 앞으로는 저희도 조금 더 재정비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내년에는 스스로 다른 기업이나 다른 지자체에 좀 더 제안해볼 수 있도록 성장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청년문화기획단 9012’ 말고도 각자 맡은 일도 열심히 하며, 9012에 모였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팀이 되려합니다. 앞으로 사이만 좋으면... 하하! 일단 친목과 팀워크를 잘 다져서 ‘청년문화기획단 9012’가 더욱 잘 됐으면 좋겠어요.

양우창: 그리고 지금 ‘골라 골라 예술상점’이 단순히 체험 프로그램. 이 한 가지 구성 밖에 안 되어 있는데요, 저희끼리 이야기 나눈 거지만 내년에는 체험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공연이라든지 다른 장르의 예술과 결합해서 ‘골라 골라 예술상점’을 하나의 큰 축제로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이지연: 저희가 주축으로 이뤄진 축제를 열어서 ‘골라 골라 예술상점’을 이용하러 오면 옆에서 공연도 하고 다른 다양한 취향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거죠.

청년기획단 9012와 같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예술가들에게 격려 한마디 부탁합니다.

이지연: 저는 청년예술가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지속 가능성’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이 지속 가능성이 오로지 ‘문화예술 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예술가 간의 관계’도 포함되는 거 같아요. 관계가 좋으면 조금 힘든 부분도 서로서로 이해해주고 도와주면 훨씬 힘이 나거든요. 저희 멤버 사이도 그렇고요.

서유리: 얼마 전에 청년 공공 센터장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게 ‘문화기획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은 동료와 문화 소비자가 중요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 말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청년기획단 9012’의 멤버들과의 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였던 거 같아요. 저도 저 혼자 하는 것보다 좋은 분들과 함께하니까 더 큰 생각과 꿈을 가질 수 있고, 힘들 때는 의지도 되고요. 그래서 다른 청년예술가분들도 물론 혼자서 잘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왕이면 마음 맞는 동료를 찾아서 꿈을 이뤄나가시면 좋겠습니다.

이소영: 제 경험상 문화예술 기획은 ‘버티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것을 이루는 과정에는 견디고 버텨야 하는 시기가 반드시 있잖아요? 그리고 버티는 시간 동안 내 일에 대한 의미와 절박성, 한계를 인식하면 재정비해서 살아남는 법을 익히게 되고요. 버티어 살아남는 것 또한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년예술가 분들도 버티는 게 때로는 답답하고 힘들겠지만 버티다 보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게 되어있다고 격려의 말씀 전해드리고 싶어요. 그러니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지연: 그리고 행사를 통해 많이 도전해보고 시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것저것 해보고, 작은 사소한 것도 해봤던 게 다 배움으로 남았거든요. 그러면 다음에는 작은 문제를 맞닥뜨려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대담성도 생겼고요.

양우창: 저희도 아직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서 ‘불안정’하잖아요. 당장 1년 뒤에 2년 뒤에 내가 어떻게 되어 있을지 알 수 없는 직업이에요. 모든 청년예술가들이 그러하겠지만, 진정성과 순수함을 갖고 한다면 자생력은 자연스럽게 생기고 좋은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 믿어요. ‘골라 골라 예술상점’도 첫 오픈까지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스스로도 문화기획자이자 예술가로서 새로운 목표도 생겨났거든요. 그러니 일단 작은 것부터라도 시작해서 문화예술 기획을 사랑하는 마음만 갖고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에필로그

그동안 필자에게 문화예술 영역은 편하게 와 닿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문화예술은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 즉, 천부적인 재능이나 끼, 예술적인 감수성을 타고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리라.그러던 중 이번에 ‘청년문화기획단 9012’ 를 만났다.그들이 꺼내놓은 문화기획자로서의 꿈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골라 골라 예술상점’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어느 순간, 내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했던 문화예술이 편하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청년문화기획단 9012’ 멤버들은 ‘예술가는 무게를 잡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예상했던 것보다 밝고 쾌활했다. 자신의 꿈에 확신을 갖고 현실에 부딪히며 성장해온 덕분인지 ‘골라 골라 예술상점’을 소개하는 그들의 눈빛은 빛나고 말투에는 자부심이 넘쳐났다. 문화예술이라는 것은 특별한 재능이나 타고난 예술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서 즐겁게 누리는 것이라는 걸 배우게 되었다. 이제 단순 관람에 그치는 문화예술에서 나아가 체험과 같이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 더욱 특별해졌고, 그 가운데에는 ‘산업도시 울산’에서 지역의 문화를 바탕으로 새바람을 일으키는 ‘청년문화기획단 9012’가 있다. 문화예술을 기획하고 싶은 자신의 꿈과 문화적 지역재생이라는 울산의 꿈을 함께 꾸려갈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