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예술이 되는 거리 ‘예술로 걸어요 #일상편’

2017 울산문화재단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맞아 울산문화재단은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확산하기 위해 중구 문화의 거리 일대에서 ‘예술로 걸어요 #일상편’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시민과 더 가깝게 만나기 위해 갤러리, 공방, 복합문화공간, 빈 상점, 길거리 야외 파라솔 등 중구 문화의 거리 곳곳에서 진행되었다. 각 공간에서는 장소의 특성을 살린 체험워크숍, 예술강사 전시, 거리공연, 학부모연수, 예술강사 이야기 마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시간. 일상×예술 체험워크숍.

현수막에 발도장 찍기, 김장매트에 쌀 붓고 풀장 만들기

‘예술로 걸어요’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에 아이들이 알록달록 발 도장을 찍고 걷는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일상을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체험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일상놀이터’에서는 집에서 안 입는 옷들을 모아서 마음껏 오리고 붙이기, 박스나 재활용품을 활용하여 장난감 만들어 놀기, 김장 매트에 쌀을 붓고 풀장을 만들어 놀아보기 등 일상의 도구를 활용해 태화서원 앞마당에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었다. 갤러리 유에서 진행된 ‘흙으로 꾸미기 좋은 날’에서는 본인이 가지고 있던 물건 하나를 바로 꺼내고, 그 물건을 흙과 결합시키는 창의적인 체험을 통해 조형작가가 되어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일상 속 예술의 정의를 OO 안에 자유롭게 표현해보는 ‘OO은 예술’, 누구나 예술가가 되어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로 창의적인 예술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나도 예술가’도 거리에서 진행되었다. 플라스틱 컵, 그리고 빠른 유행에 따라 바뀌는 신발 등 쉽게 버려지는 것들을 이용해 화분으로 재탄생시키고 이름을 붙여주는 ‘마음 화분’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큰 인기였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이라도 싱그러운 풀 냄새를 맡으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기만의 화분을 만드는 것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는 사람이 많았다. 이러한 워크숍은 시민들이 일상 속 예술의 가치를 발견하고 행복한 일상을 경험해보는 자리였다.

예술가가 고민을 들어드려요. 이상한 예술상담소.

예술상담소 상담, 연주 현장

"‘나를 사랑해’라고 적어주세요.”
예술상담소를 찾아온 한 시민은 자신의 삶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면서 어느새 스스로를 등한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그런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난다고 했다.

“뭐 얘기하면 되노. 나 같은 늙은이가 여기와도 되나? 바람? 그냥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람대로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부채에 글귀를 적어 선물하는 예술가에게 고맙다며 더 큰마음을 전하는 시민.

예술가가 시민의 고민 또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예술 표현으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이상한 예술상담소가 거리에 세워졌다. 예술가와 시민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고민에 맞는 곡을 연주해주는 “Cantabile”, 미술가가 준비한 힐링 캠핑 “이상한 미술관”, 손글씨 담은 처방전을 전달하는 “文틈약국”, 국악으로 다 함께 즐기며 힐링하는 “얼씨구 힐링관”.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여 제시하였다. 처음 보는 예술가에게 선뜻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지 우려했던 것과 달리 시민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이직을 고민하는 청년, 잃어버린 꿈을 찾고 싶다는 어르신, 좋아하는 오빠 때문에 힘들다는 초등학생, 아이를 더 많이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엄마. 저마다의 고민은 달랐지만, 그들이 전하는 진심은 예술가들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공감해주는 예술가의 모습에서 시민들은 고마움을 느꼈다. 짧은 시간 예술을 매개로 가까워진 서로를 보면서 예술이 가진 힘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예술을 즐겨요. 母樂모락 갓 지은 예술.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참여 아동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일상을 예술로 만나는 두 개의 체험워크숍이 열렸다. 이름만 들어도 부담스러운 ‘무용’과 대부분 처음 접해보는 ‘가죽공예’ 워크숍이다. 무용워크숍을 진행하는 이태상 교수는 콜롬비아 ‘몸의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춤을 매개로 개인의 닫혔던 마음을 열고 소통의 기회를 가지는 과정인 ‘커뮤니티 댄스’에 대해 소개했다. 또한, 일상의 몸짓들을 찾아보고 앉기, 서기, 뛰기와 같은 동작으로 참여자와 함께 즉흥 춤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익숙한 몸짓이 예술로 변하는 과정을 경험하며 무용에 대한 부담 가득한 경계는 희미해지고, 몸짓 그대로를 즐기는 편안한 표정만 남았다. 가죽워크숍은 문화의 거리 내 공방에서 진행되었다. 지갑, 가방, 신발, 소파 등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이지만 그 속내를 본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너무 낡아서 혹은 유행이 지나서 더는 사용하지 않는 가죽을 자르고 이으며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학부모들은 손의 감각을 깨우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세밀한 땀의 과정을 거치자 일상의 가죽은 저마다 사연을 가진 의미 있는 예술작품으로 탄생했다.
예술을 어렵게만 느끼던 학부모들은 체험을 통해 예술이 가진 즐거움을 알게 됐다. 또한, 그들에게 예술이란 관람하는 예술이 아닌 직접 경험하는 일상의 친숙한 예술로 변했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소감을 나누기도 했다. 오늘 참석한 학부모는 앞으로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예술에 관해 이야기 나누지 않을까.

모락 갓지은 예술 무용워크샵, 가죽공예

나는 예술강사입니다. 거리에서 만난 예술강사.

학교라는 주 활동지를 벗어나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예술강사들이 거리로 나왔다. 예술강사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시민들과 예술로 소통하며, 예술가로서의 창작 욕구 및 전문성을 발휘하였다.
‘예술과 사람을 잇는 공예전’은 22일 오픈식을 시작으로 27일까지 가다갤러리에서 진행되었으며, 공예 예술강사들이 자체 연구모임 활동을 통해 예술가로서 활동해왔던 작품들을 전시하는 자리였다. 강사 스스로 일상에서 보고 느꼈던 것을 섬유, 도자 등 공예 작품으로 표현하고 시민들과 공유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강사는 예술가로서 작품에 대한 갈증을 표출하고 예술성을 회복하는 기회를 가졌다.
중구 문화의 거리에서는 30분 정도의 거리공연이 네 차례로 이어졌다. 매 차례 이상훈 연극예술강사의 모노드라마 <나는 예술강사입니다>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에는 발레, 한국무용,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무용 공연이 펼쳐졌다. 구경하던 시민 중 아이들과 청소년은 발레와 댄스를 보고 큰 환호를 해주었으며, 어르신들은 한국무용을 보고 흥이 넘치게 호응을 해 주었다. 무엇보다 큰 호응을 얻었던 공연은 시민 참여형 공연이다. 작품 속에 관객 참여 부분을 두고 시민이 직접 행위자가 되어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예를 들어 공연 도중 지나가는 사람과 가위바위보를 한다든지, 따라 걷다 보면 춤이 된다든지), 보는 사람과 참여하는 사람 모두 무용을 즐거움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예술강사들이 준비한 체험워크숍은 학성여관 1층에서 디자인‧영화 분야 체험, 가다갤러리에서 공예 분야 체험으로 진행되었다. 디자인 분야는 가족끼리 서로의 움직임을 투명지에 그려보고 거리에 전시하는 체험, 문화의 거리를 표현한 나무모형과 예술강사의 작품에 직접 채색해보는 활동이 진행되었다. 영화 분야는 상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합성하여 움직임을 표현해 보는 크로마키 체험이 진행되었다. 공예 분야는 참여자들이 직접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배접방법으로 딱지를 접어 볼 수 있는 체험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체험워크숍은 예술이 어려운 것이 아니고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것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예술강사 이야기마당은 학성여관 2층에서 예술강사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이상훈 연극예술강사의 모노드라마를 시작으로 예술강사들이 활동하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에피소드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 격려하고 지지할 수 있는 자리였다.

공예작품전시, 예술로걸어요 야외공연

예술을 통해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삶의 가치와 내면의 행복을 재발견하며, 서로 소통하고 관계를 확장하는 것. 그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즐거워지는 것. 이것이 문화예술교육의 힘이라고 믿는다. 한 번의 주간행사로 시민들의 일상이 변화되진 않는다. 단 하루의 짧은 시간이지만 평범한 일상이 예술로 인해 특별해지는 경험을 통해 시민들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기를, 시민 모두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이 확산되기를.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시민들의 꿈과 상상이 일상에서 꽃 피울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