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인물

사랑하는 마음이 만들어 낸 사랑받는 몸짓

- 울산시립무용단 안무가 및 예술감독 홍은주 -

홍은주 인터뷰

서늘한 바람이 부는 6월 어느 날, 취재를 위해 울산문화예술회관을 찾았다.
선선한 밖과 달리 연습실 안에서는 실전 무대를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무용수들의 안타까운 표정 연기 속 거친 숨소리, 가볍게 뛰어오르는 몸과 함께 흩날리는 물보라까지. 울산시립무용단의 단원들이 펼치는 아름다운 몸짓에서 인고와 노력의 시간이 묻어났다.

유려하고 역동적인 테크닉에 감탄하고 있을 때,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날카롭게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울산시립무용단 안무가 겸 예술 감독 부임 2년 차의 홍은주다.

인터뷰할 당시, 단원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무엇을 확인했느냐고 묻자 그녀의 대답은 ‘모두’였다. 예술 감독의 시선뿐만이 아니라 스태프의 입장에서 작품 전체를 생각하고 단원의 마음으로 컨디션을 살피며, 관객처럼 관람했다는 것이다.

홍은주 감독은 중학교 시절부터 동료들과 동작을 맞추며 무용을 시작했다.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고 주역에 몰입했던 시절을 지나 이제 모든 사람을 품는 리더로 변화하고 있다. 그녀를 변화시킨 원동력은 무엇인지, 앞으로 울산시립무용단과 어떤 꿈을 그리고 있는지 홍은주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홍은주 감독 인터뷰 영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홍은주 감독은 춤과 관객들에게 한없이 부드럽고 단원들과 자신에게는 누구보다 엄격했다. 이런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이 같이 공존하는 리더십으로 만들어낸 ‘몸아리랑 아제아제’는 2017 대한민국 무용대상 대통령상이라는 결실을 거두었고 최근에는 프랑스 낭트 초청공연이라는 쾌거도 이루었다. 울산시립무용단 정기공연 ‘수작’ 역시 지난해 평단과 대중의 극찬을 받았던 작품임에도 더 나은 완성도를 위해 수정을 감행하며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만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몸짓’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한평생 춤꾼으로서 춤을 사랑하는 마음. 사랑하는 단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 울산과 관객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어낸 작품들. 그녀의 손을 거쳐 탄생한 작품임에도 홍은주 감독은 모든 공헌을 단원들과 스태프, 관객들에게 돌리는 겸손함을 보였다. 그녀 홀로 만든 것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춤이 주는 에너지는 강렬했다.

그동안 춤은 어렵다는 편견을 갖고 관람을 꺼렸던 필자에게 홍은주 감독은 한 번만 울산시립무용단의 공연을 보라고 권했다. 멋있든 이상하든 느껴지는 그대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춤에 정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생각을 하게 할 뿐이다. 울산시립무용단의 화려한 몸짓에서 홍은주 감독의 친절한 사랑을 느낀다면 그 어떤 말보다도 진한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