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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울주세계산악영화제 - 최선희 프로그래머

- ‘주말의 명화’를 보던 소녀, 영화제프로그래머가 되다 -

다감이 김금주

다감이 김금주

9월의 인물로 국내 제1호 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최선희(49)씨를 정했을 때 ‘영화제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주는 매력에 빠져버렸다.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를 하다보면 열정이나 능력이, 어떤 때는 직업 자체가 부러운 경우도 있는데, 이번에는 그의 삶과 활동 모든 것이 스스로 지향하는 행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개막식

2017년도 산악영화제 개막식 전경

여느 영화제에서도 항상 중요한 위치인 프로그래머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도 이를 기획하는 핵심인물이다. 부러움만 가득할 것 같았던 인터뷰는 같은 추억을 공유한 동창회처럼 따뜻했다.
‘2018 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가 세 번째 봉우리로 올라가는 여정을 시작했고, 곧 개막하는 영화제와 함께 최선희씨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영화제 프로그래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많이들 물어보세요. 한국직업사전에는 그렇게 나오더라고요. ‘영화제의 방향설정, 출품작 선정, 각종 이벤트 계획등 영화제 전반에 대하여 총괄한다.’ 예를 들어 울주산악영화제는 매회 주제가 다른 데요. 올해는 '새로운 도전(New Journey)'이잖아요. 그런 주제를 설정하는 일부터 그에 따라 상영할 영화와 출품작을 선정하는 일을 합니다. 또 영화제 기간에는 산악문화와 관련된 부대행사를 기획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건 직업사전에는 작업강도가 보통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제 경우에는 강약을 왔다 갔다 하니까 보통이 맞나요. 대신 워낙 영화를 좋아하니까 저는 직업만족도가 높은 편이예요.

울주산악영화제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었는지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관련된 일을 꿈꾸었고, 그래서 대학원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 인연이 닿아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팀에 들어가 일을 배우게 된 것이 시작이었고, 이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램 팀에서 프로그래머로 데뷔를 하게 되었죠. 이어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예술가협회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했고요. 2014년에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준비단이 발족되면서 기획팀을 맡아 울주와 인연을 맺었죠.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최선희氏

울주에 온 이후 "삶의 방향을 바꿨다"고 하셨는데

면접을 볼 때 등산을 좋아하냐고 묻더라고요. 제가 운동을 싫어하고 특히 등산은 좀 멀리했는데요. 솔직하게 대답했죠. 심사위원이 웃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등산은 물론이고 인공암벽등반도 해요. 세상에~ . 산악영화를 통해 삶을 마주하는 방식이 바뀌었다고 할까. ‘자연과 사람’에 대해 자주 생각하죠. 나이 들면서 그에 맞는 인생관을 일로 찾은 거지요.
이곳 복합웰컴센터의 환경이 너무 좋잖아요. 영남 알프스도 아름답고요. 이제 서울에서 못 살 거 같아요.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목표에는 산과 자연을 존중하고 다양하고 건강한 산악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있거든요. 아마 제가 큰 수혜자인거 같습니다. ‘산’, ‘자연’, ‘사람’, ‘건강’, ‘존중’ 이런 단어의 참 의미를 산악영화를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주말의 명화’와 AFKN의 추억

2017별빛극장

2017년도 영화제 공간 중 하나인 '별빛극장'의 모습

어릴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매주 토요일 밤 심야시간에 ‘주말의 명화’를 했잖아요. 저는 국민학교 다니던 1970년대에도 빨리 자라는 부모님 눈을 피해 이불 덮어쓰고도 매주 봤어요. 고향이 인천인데 주한미군방송인 AFKN(American Forces Network Korea)이 나온 것도 좋았죠.
청소년시절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으면서도 AFKN속의 영화와 미드연속극에 빠져 살았어요. 그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지금 영화를 선별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제 직업이 그러다 보니 기억에 남는 영화를 물어보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런데 저에게 최고의 영화는 ‘주말의 명화’예요.

영화제가 끝나면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사실 몸은 여전히 바빠요. 영화제를 준비하는 기간에도 지난 3월 1일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국제산악영화협회 회의에서 제가 아시아 태평양 대륙 대표로 선정됐거든요. 울주영화제를 그만큼 인정해서 선정된 거니까 대외활동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고, 다른 장르의 영화제도 쫒아 다니면서 공부도 해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네팔에서 열리는 산악영화제 출장이 바로 잡혀 있어요. 영화 보는 게 일이잖아요. 당장은 올해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치러져서 국제적인 문화축제로 한 단계 더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포스터
2018년도 제3회 울주산악영화제
움프UMFF - Ulju Mountain Film Festival

- 9월 7일부터 11일까지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열린다 -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산악영화를 통해 산악인과 영화인, 관객이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국내 유일한 '산악영화제'이다.
2015년 프레페스티벌을 시작으로 2018년 현재 3회째를 맡고 있다. 2016년 1회 울주산악영화제에서는 모두 21개국 78편의 영화가 상영되었고, 3회째인 올해는 모두 41개국에서 139편의 산악 영화와 다양한 산악문화가 영화제에서 소개된다.

2017년에는 개최 2년 만에 '국제산악영화협회(IAMF)'의 정회원으로 등록 되었다. 캐나다 밴프산악영화협회가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수준과 역량을 인정하여 만장일치로 24번째 정회원이 되었는데, 통상 3년 연속 영화제를 개최하여 지속성과 역량을 입증 받아야 하는데 비하면 1년이나 빠른 셈이다.

올해 영화제는 '새로운 도전(New Journey)'을 슬로건으로 산악영화제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대중적 프로그램을 보강했으며, 기존 알피니즘, 클라이밍, 모험과 탐험, 자연과 사람 4개 부문에 더해서 고전 산악영화를 선보이는 움프 클래식, 움프 투게더프로그램을 신설했다.

특히 움프 클래식에는 우리의 젊은 날을 함께 한 할리우드 고전영화 3편을 만나볼 수 있는데, 최연소 아카데미상 수상자 셜리 탬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하이디>, 뮤지컬 영화의 명불허전 <사운드 오브 뮤직>, 그리고 스펜서 트레이시가 주연한 휴먼 드라마이자 진정한 산악 드라마 <산>이다. 이는 배창호 집행위원장을 중심으로 최선희 프로그래머와 함께 이정진 프로그래머도 가세하면서 클래식한 영화편성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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