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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 전의 고대제방을 보셨나요?

~~ 약사동 제방유적전시관을 다녀오다~~

다감이 김금주

다감이 김금주

‘최고’, ‘유일’ 이런 수식어는 역시 기분 좋다.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음에도 특별함이 주는 자부심이 있다. 가까운 곳에 울산사람의 자부심을 키워줄 국내유일의 유적전시관이 있어서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방문하였다.
약사동에 있는 제방유적전시관이 그 주인공으로 암각화나 고래마을처럼 지역의 특성상 유일한 것이 아닌 전국의 제방유적 중 최초로 조성된 실물유적전시관이다.

전시관 전경

주변경관이 아름다운 전시관 모습

약사동 제방유적의 가치

제방은 물을 저장하기 위해서 쌓아 올려 만든 댐으로, 전체 길이는 약 155m이며 잔존높이는 8m로 사다리꼴 형태이다.공법으로 보면 성(城)의 일종이고 목적 면에서 제방으로 구분된다. 약사동 제방은 삼국시대 말에서 통일신라시대 초(6~7세기)에 축조된 수리시설로 다른 고대 수리 유적들과 달리 발굴된 유물을 통해 축조시기와 기법이 밝혀진 유적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 부엽공법을 사용한 것이다. 기초지반 위에 점성이 높은 실트층과 패각류를 깔고, 잎이 달린 가는 나뭇가지를 이용한 부엽공법(敷葉工法) 은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태화강 하류에서 채집한 굴 껍질의 탄산칼슘이 수분과 만나 흙을 더욱 단단히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신라인들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흥미롭다.

  • 제방 단면
  • 제방 단면

부엽공법으로 축조된 제방단면

전시관은 어떻게 건립되었나.

2009년, 울산지역에서 역사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고대 제방모습이 발굴되었다.
약사천 옆 언덕 사이 하천을 가로 막아 약사천 하류쪽의 넓은 경작지에 물을 대기 위해 쌓았던 것으로 추정되었고, 첨단 토목기술의 정수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확인되었다.
이어서 2014년에는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 제528호로 지정되었다. 국내외 학계에서 전시관 건립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혁신도시 조성사업과 함께 시행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전시관을 건축하였고, 2017년에 울산광역시에서 인수하여 ‘약사동제방유적전시관’이라는 이름으로 2017년 5월 문을 열었다. 2018년 5월, 1주년에 이르기까지 1만5천여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갔다고 하니, 그 존재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시관 건립과정

전시관에는 제방유적의 복원과 안내공간 건립과정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 제방유적전시관 공개자료

1층은 어른을 위한 공간? 2층은 아동을 위한 공간?

전시관은 2층으로 구성되어있다. 1층에는 테마전시실과 제방전시실이 있고 중앙홀에는 발굴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2층에는 약사동마을 전시실이 있고, 영상실과 체험공간이 있다.
1층의 제방전시실은 실제 제방의 단면을 전시한 곳으로 제방의 구조를 실물로 볼 수 있고 제방발굴과정도 볼 수 있어서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반가운 공간이다. 중앙홀의 유물전시도 지역민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이라 그런지 더 관심이 가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2층의 체험공간에는 모형세트로 제방 쌓는 체험도 있고 유물 발굴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있고, 여러 가지 제방 퍼즐을 만들어 아이들이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로비 영상실 에서는 체험자의 그림자를 인식해서 제방축조를 경험할 수 있는 그림자 인터렉티브애니메이션 영상도 체험할 수 있다.

유물전시실,2층체험공간

전시된 유물들과 체험공간의 모습

도슨트와 함께하자

전시관을 처음 방문하게 되면 꼭 도슨트의 해설과 함께 하기를 권한다. 매일 두 분의 도슨트가 상주해서 원하는 사람에게 일대일로도 동행해설을 해 주신다. 박물관 도슨트는 역사에 대해 매우 해박한 분들이어서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분들이 도슨트로 있던 덕택에 연륜과 경험에서 나오는 지식으로 책에 나오지 않는 뒷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다감이가 방문한 날에도 두 분의 도슨트가 추억의 책장을 펼치며 재미있게 해설을 해 주셨다. 농기구 무자위를 보며 어린 시절 보았던 ‘엄마 없는 하늘아래’의 한 장면을 설명하시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어른들은 농기구설명이 따로 필요 없어서 추억을 이야기 하고, 아이들에게는 농기구사용법을 직접 시연하며 설명한다고 한다.

  • 도슨트시연
  • 기구 무자위

인터랙티브 VR을 시연하는 도슨트(左), 물을 퍼 올리는 농기구 '무자위'의 모습(右)

아이들의 체험학습위주의 방문이 많다보니 평일 방문객은 많지 않은 편인데 이곳은 새로 조성된 혁신도시주변의 경관이 아름다워 산책하기 좋고, 주차도 용이해서 중장년에게 가볼만한 곳으로 권하고 싶다.
외국여행을 가보면 규모가 작은 박물관이나 자연공원에도 역사적인 기록을 내세우고 스토리를 입혀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난 곳을 많이 볼 수 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유적의 가치를 알게 되면 반복되는 일상이 새로워질 것이다.
고려시대 유학자 이제현이 쓴 ‘운금루기’에 보면 구경할 만한 경치가 반드시 멀리서만 찾아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며 바로 근처에도 좋은 곳이 충분히 있는데도 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 옛날에도 최고의 문장가는 ‘근처’에 있는 것들의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조언을 하고 있다.
‘국내유일의 전시관을 나는 산책삼아 간다.’고 하면 또 다른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약사동제방유적전시관

- 위치 : 울산광역시 중구 종가14길 22-28 ※ 울산혜인학교 뒤편(북쪽)
- 운영시간 : 평일 오전 9시부터 18시까지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문의(연락처) : 052-285-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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