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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의 도시' 울산을 걷다

- 울산 남부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울산의 성곽을 찾아서’ 참가기-

다감이 김금주

다감이 김금주

늦봄이 슬슬 흘러가고 있는 요즘, 울산 남부도서관에서 추진하는 길 위의 인문학 '울산의 성곽을 찾아서'에 참여해 기박산성과 병영성을 다녀왔다. 해당 프로그램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전국 공모를 통해 운영되는데, 선정되기가 무척 어려워 여기에 선정된 사업은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보아도 좋다는 이야기도 있다. 울산 남부도서관은 매해 신선한 기획으로 2015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4년 연속 선정되어 지역민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선사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에는 울산을 지켜온 성곽에 대한 인문학적 탐색으로 ‘울산의 성곽을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을 3차에 걸쳐 진행한다. 1차와 3차는 ‘울산의 성곽이야기’라는 주제로 울산과학대학 이철영 교수가 진행하고, 2차는 현대고등학교 이정한 교사가 ‘울산의 목장성과 마(馬)문화 이야기’를 주제로 인문학 보따리를 푼다고 한다.

재미있는 강의 전경 모두들 흥미진진하게 들을 수 있었던 '울산의 성곽이야기' 강연 모습
성곽을 보면 역사가 보인다.

현장답사 전 성곽의 개념과 울산지역 성곽의 특성에 대해 두 차례의 강의가 있었다. 인문학 강의인 만큼 성곽의 구조나 축성방법보다 역사적인 배경과 성곽 위치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다감이는 1차 ‘울산의 성곽이야기’에 참여하였다. 강의는 진작 30명 신청이 마감되어 분위기만 살피고 이후 현장탐방에 동행하려 하였는데 다행히 당일 자리가 생겼다. 덕분에 강의에 푹 빠져 두 번 모두 듣게 되었는데, 시종일관 유쾌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남부도서관 프로그램 단골 이용자라는 전현식씨는 ‘강의를 듣고 집에 가서 아들에게 이야기 하면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엄마가 맨날 밥 먹어라, 차 조심해라 이런 이야기하는 것보다 대화가 더 잘 통하는 것 같았어요.’라고 했다. 인문학이 생활에 스며든 걸보면 이 프로그램은 성공작이다. 남부도서관이 4년 연속 선정된 것에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저절로 이해가 되었다.

교육문화관에서 답사 전 강의 현장 답사 전 이루어진 강의

울산은 삼국시대 이래 육지와 해안으로부터 적이 침입하는 최전선이어서 적을 막기 위한 관방시설(關防施設)이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많다. 27개의 성곽과 8기의 봉수대가 남아있고 특히 읍성, 산성, 병영성, 장성, 진성, 마성, 왜성 등 다양한 유형의 성곽유적이 남아 있어 역사를 연구하기 좋은 곳이다. 이런 까닭에 성곽을 보면 울산문화의 특징이 관방문화라는 것과, 왜구를 막는 방어역할과 함께 교통로의 역할도 겸한 것을 알 수 있다. 성곽은 개인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울산의 성곽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지역사이고 문화적 우월성을 가진 거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울산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다. 등산로에서 그냥 돌벽으로만 보았던 것에 애정이 갔다.

현장답사는 문화재보다 주변 환경을 보기 위한 것이다
기박산성 주변 관찰 기박산성의 주변 환경을 관찰하는 모습

성곽탐방을 나서면서 이철영 교수님은 ‘현장답사라는 것은 문화재만 보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주변 환경을 보기 위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문화재는 대부분 땅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땅에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와 주변 환경을 알아야 그 문화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하나의 돌탑이고 무생물인 건물로 보인다.

기박산성을 오르기 전 관문성 입구 공터에 앉아 경주와 울산의 경계와 전망을 둘러보고 신라시대 축조 된 기박산성과 관문성과의 구분도 설명해 주셨다. 성곽만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산이나 도랑까지 연결해서 보면 성곽의 구조가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건축과 공간디자인을 전공한 교수님이 역사에 해박한 이유도 알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왜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길 위의 인문학’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이해가 됐다.

문화재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병영성을 따라 걷다

기박산성에서 내려와 다음은 중구 서동에 위치한 병영성을 돌았다. 병영성은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읍성으로 성곽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는 곳이다. 함께 한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복원된 병영성을 알리고 방문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가자들 간에 근처에 먹거리가 있어야 한다, 관광 상품이 있어야 한다, 문화행사가 있어야 한다는 등 여러 의견이 나온 가운데 교수님은 그 모든 정책이 관광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병영성 인근에 사는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문화재를 복원하고 유지하는 입장에서, 지역주민을 1순위로 두고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문화재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울산시민이 되는 법

울산에서 몇 년을 살았든 현재 울산사람이라면 울산의 고유한 문화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성곽은 울산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울산의 역사적 정체성을 잘 대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책이나 강의를 통해 배경역사를 익힌 뒤 성곽을 따라 걸으면 보이지 않던 바닥의 옛길도 보이고 먼 곳의 봉수대와 울산시내도 달리 보인다. 이제야 진정한 울산사람이 된 것 같다.

  • 길 위의 인문학 병영성
  • 탐방버스에서 즐거워하는 수강생들
병영성 '길 위의 인문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 싱글벙글하는 시민들

6월에 끝나는 2차 탐방까지 놓쳤다면 10월에 있을 3차 ‘울산의 성곽이야기2’에 꼭 참가하기를 권하겠다. 신청은 울산시민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참가비는 무료이고 선착순이다. 울산남부도서관 홈페이지( http://www.usnl.or.kr ) '평생교육'란에서 '강좌수강신청'을 하면 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여유를 내서 한번만이라도 참가해보면 조선시대 문인의 글 속에 나온 문구처럼 울산을 다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병영성 서문입구 단체사진 병영성 탐방을 마친 <길 위의 인문학> 참가자 단체사진,
울산을 새롭게 알게 된 만족감에 한껏 고양된 표정이다.

*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이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전국적인 도서관 사업이다.
지역 주민이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을 통해 낯설고 어렵게 생각하는 인문학을 현장과 생활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역사·철학·문학 등의 인문학자들과 주민들이 인문학 강연 및 탐방에 함께 참여하고, 과정을 통해 인문학의 일상화·생활화 실현하는 것이 사업의 주된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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