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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알리미 - 문화관광해설사들을 찾아서

다감이 윤경희

다감이 윤경희

단체사진 다른 지역에서 울산을 찾아주신 분들이 처음 만나게 되는 우리 동네 얼굴마담,바로 '문화관광해설사' 여러분입니다.

‘무예를 숭상하고 상업을 중시하며 품성이 굳세어서 문풍을 일으켜 쉽게 교화한다.’ 울산 사람에 대해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네요. 방어진의 지명유래가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진지를 구축한 곳’인 것을 미루어볼 때, 울산에 터를 잡고 살았던 사람들의 성품은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농기구가 언제든지 무기가 되어야 했던 이곳 사람들의 삶은 참 힘들었겠어요.

참! 상업을 중시했던 이유는 울산에 염전이 있었기 때문이라네요. 갯벌이 발달한 서해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던 염전이 이곳에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세요?
산업화 이전, 현대자동차 부지, 삼산 돋질산 부근 개운포성지 옆, 염포, 남목은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사는 곳’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뻘밭이었다는군요. 죽령이남 사람들은 모두 울산소금을 썼대요. 지금은 아무리 둘러봐도 흔적도 찾아볼 수 없지만요.
소금이 식생활 문화에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것이었다면, 자동차 또한 현대인들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 맞죠?. 자동차 생산기지가 소금터 위에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네요. 이번에 웹진 통신원 중 한 분도 소금포(염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관심 있으신 분께서는 함께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귀한 정보를 어디서 얻었냐고요? 문화관광해설사를 통해서지요.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터전이 우리 선조의 선조들이 일구어 놓은 곳임을 일깨워주는 사람들이 문화관광해설사들이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새삼 내가 딛고 있는 곳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고 평면적이었던 공간이 갑자기 몇 차원의 입체공간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밥 먹고 난 뒤 산책 코스였던 공간이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역사적 장소였다는 것이 참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우리 아이들의 초등학교시절 단골 소풍지였던 대왕암공원 송림만 해도 그래요. 하늘 높은 줄만 알고 쭉쭉 뻗은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곳이, 글쎄, 러일전쟁 때 기지를 은폐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식재해 놓은 거라네요. 본래 이곳은 조선시대부터 말을 기르던 목장이었던 것을 구한말 일본인들이 들어와 침략의 전진기지로 삼은 거죠. 남목과 마골산이라는 지명에 그 흔적이 남아있지요. 평화로운 말들의 터전이었던 곳을 무기고로 삼았다는 설명에 갑자기 화가 났어요. 그 때 해설사가 제 얼굴을 흘낏 보더니 물어요.

“말똥이 거름 중에 최고죠. 그런데 그것보다 더 좋은 똥은요?”

“……”

“뤼비똥이죠.”

해설사님의 농담에 한바탕 시원하게 웃었어요. 아픈 역사를 돌아보며 분개만 해서는 안되겠죠? 긴장이 있으면 이완이 필요하죠. 듣는 사람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간간이 들려주는 농담을 얼른 수첩에 받아 적었어요. 대화의 물꼬가 막힐 때, 민감한 주제로 인해 분위기가 심각해질 때 써먹으려고요. 문화관광해설사들에게 한수 배웠어요.

교육장면 해설사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귀한 정보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게 아니라, 꾸준한 집합교육과 자기학습을 통해 정리된 것들이라고 합니다. 어떤 것을 물어도 막힘없이 술술 대답하는 그들의 넓이와 깊이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요. 일단 문화관광해설사들은 교육을 무지 받는대요. 수많은 경쟁을 뚫고 뽑히면 이론과 실습교육을 야무지게 받아요. 그리고 문화재청에서 전국문화관광해설사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일 년에 3일, 하루 8시간의 보수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고요. 수시로 필요에 따라 교육을 받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역량강화에 힘쓴다고 해요.

“상대해야 할 사람들의 계층이 천차만별이고 교육수준도 각기 달라 해설사들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학창시절에 이만큼 열심히 공부했으면 교수가 되고 남았을 거에요.(웃음)”

올해로 문화관광해설사 5년차인 장혜경 사무국장님의 말이에요. 그래서인지 장혜경 문화관광해설사님은 몸 아무 곳이나 눌러도 바로 지역에 대한 지식이 스토리텔링이 되어 툭툭 튀어나옵니다. 제가 온몸 세포 하나하나에 지식이 빈틈없이 들어있을 것 같다고 하자 장혜경 해설사는 자신은 햇병아리라고 손을 휘휘 저어요. 울산문화관광해설사 1기인 경력 18년차 69세 되시는 두 분이 계시는데, 그 분들이야말로 문화재 담당 교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군요. 울산의 문화관광 분야는 참 든든해요. 그렇죠?

  • 동헌
  • 전망대
문화관광해설사 활동을 위해 동헌(左)과 울산대교 전망대(右)를 찾은 모습

애향심은 기본, 지식을 양념으로 갖춘 문화관광해설사가 2018년 현재 청년해설사 8명 포함해서 62명이 있대요. 이 분들은 14곳의 문화유적 현장에 2인 1조로 파견되어 상주한다는군요. ‘문화해설사의 집’이 있죠? 그곳에요. 그 외 시티투어, 달빛투어, 순환투어, 수시투어 등의 현장에 투입되어 활발하게 활동 중이래요.

울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문화관광해설사 윤성호 씨는요. 오염된 태화강이 정화되어 가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대요. 그래서 울산이 참 자랑스럽다나요. 완전히 파괴되어 생물이 살 수 없었던 죽은 강을 연어 떼가 돌아오는 생명의 강으로 돌려놓은 울산의 저력이요. 그래서 울산에 온 관광객들에게 가장 소개하고 싶은 곳으로 태화강투어를 꼽는대요. 한때 전국에서 가장 부자동네였던 울산이 얼른 경기침체의 늪을 빠져나와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태화강의 극복과정에서 찾고 싶대요.

산업화 시기 울산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 산업의 메카였잖아요. 태화강을 살려 에코도시로 거듭난 울산은 이제 에코투어리즘을 통한 굴뚝 없는 문화관광산업의 메카가 되는 것을 꿈꾸어야 한다나요. 호주와 캐나다에서 관광을 전공한 윤성호 씨는 외국인들 앞에서 영어로 반구대암각화를 소개한 적이 있대요. 허리가 잘린 반도국가의 한 귀퉁이에도 선사시대 유적이 있다는 것을 알릴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던 자부심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뻐근해진다네요.

청년일자리창출의 일환으로 뽑은 청년문화관광해설사는 2017년부터 활동했는데 전국에서 울산이 처음으로 시도한 일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도 밴치마킹해 청년관광문화해설사를 도입했대요. 포항에서는 이들을 문화엔터테이너라고 부르는데, 그들은 해설에 마술과 노래를 곁들임으로써 관광객들에게 멋진 추억을 선물하기 때문이라네요. 그들이 전해준 감동을 선물 받은 사람이라면 왠지 그곳을 자꾸 찾고 싶어질 것 같아요. 경제성장이 한창일 때 태어난 우리 청년들의 문화적 저력을 보여주는 예가 되겠죠? 울산, 경주, 포항의 청년문화관광해설사들이 모여 ‘해오름동맹’이라는 서클을 만들었대요. 이들의 활동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 반구대
  • 활동모습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간 문화관광해설사

30년을 넘게 드나들었던 대왕암 공원 송림과 울기등대가 문화관광해설사 장혜경 씨로 인해 새롭게 다가왔어요. 울기등대라는 이름은 일제 강점기에 지어졌는데, ‘울산의 끝’이라는 의미였다는군요. 그러나 이제 100주년을 맞아 ‘끝은 곧 시작’을 의미하므로 ‘울산의 기운이 솟는 곳’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써야한대요. 어떤 장소가 가진 역사가 후세 사람들에게 의미가 되고 그것은 또 현재에 와서 새로운 의미를 덧붙임으로써 미래에 대한 염원을 이끌어내는 사람들이 문화관광해설사라고 생각돼요.

참 이번에 참 귀중한 교훈을 하나 얻었어요. 대왕암공원 송림의 소나무들은 하늘로 뻗은 가지만큼의 넓이만 뿌리를 뻗는다네요.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땅만 소유하는 소나무의 지혜가 인간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틀 때 시작해 해질녘까지 돌아온 넓이의 땅을 소유로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사람이 얻은 것은, 결국 죽어서 묻힌 한 평의 땅밖에 없었다는 톨스토이의 이야기 속에 나온 어리석은 사람이 우리잖아요. 물질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 에코투어리즘의 울산을 꿈꾸기 위해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문화유산인 자연환경은 물론 인문사회 환경도 잘 가꾸어나가야겠어요.

울산은 참 좋은 동네에요. 다른 지역에서는 시간을 정해, 혹은 몇 명 이상의 인원이 모여야 해설사의 해설을 들을 수 있어요. 그런데 울산은 단 한 명이라도 기꺼이 해주시네요. 뿐인 줄 아세요? 해설사들로 구성된 ‘느티나무 봉사회’에서는요 쉬는 날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우리 지역 문화를 소개하는 봉사를 한다는군요.

옹기박물관에서 만난 황성희(48세)씨에게 문화관광해설사는 한마디로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니 “문화관광해설사는 관광객들에게는 지역을 알리고, 지역민들을 위해서는 그들의 정체성을 돕고 나아가 자부심을 키우는 거죠.”라고 답해주셨습니다.
울산에서 살고 계신 분들은 좀처럼 만날 일이 적을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우리 지역의 얼굴마담! 울산 문화관광해설사 여러분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봤습니다. 앞으로 창조도시 울산으로 거듭나는데 우리 해설사 분들의 역할이 막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재에 도움을 주신 분
- 울산 문화관광해설사 장혜경님, 울산발전연구원 이은지님(교육과정 사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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