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리뷰

쉬이~ 물렀거라 도호부사 나가신다

‘울산도호부사 행차’를 함께하고

다감이 김금주

다감이 김금주

가학루에서 취타연주 - 가학루에서 취타연주 -

울산에서 하는 재미있는 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도 정족수를 채운 단체에 가입이 안 되어 있어 아쉬울 때가 많다. 이럴 땐 가족보다 그 흔한 동호회가 더 그립다. 다감이로 활동하면서 다행히 취재를 핑계로 단체에 끼어 하고 싶었던 퍼레이드를 해 보았다. 2012년부터 시작 된 ‘울산 도호부사 행차’는 올해 첫 행차가 4월28일 재현되었고 시민참여단체인 ‘학성이야기 통신원’과 함께 중구 원도심을 신나게 돌았다.

- 울산 도호부사 행차 재연장면 - - 울산 도호부사 행차 재연장면 -
행사소개

‘울산도호부사 행차’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의병의 수훈에 힘입어 울산군이 울산도호부로 승격된 이후 도호부사가 부임할 때 가마를 타고 행차하는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도호부사는 조선시대 도호부를 다스리는 으뜸벼슬이다. 흔히 사람들이 사또로 알고 있는데, 임진왜란 때 활약을 펼친 울산 의병의 공로를 인정받아 1598년 울산군에서 울산 도호부로 승격했기 때문에 도호부사가 취임하게 된 것이다. 경상남도에 속했던 울산이 1997년 울산 광역시로 승격한 것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 행진하는 취타대 재연모습 - - 행진하는 취타대 재연모습 -
행사내용

부사부터 군관, 이방, 가마꾼, 포졸 등 총37명으로 구성된 행차 팀이 울산동헌에서 출발하여 큐빅광장과 젊음의 거리, 전통골목시장, 문화의 거리로 해서 울산동헌까지 한 시간정도 재현하였다. 동헌 가학루에서 이방의 진행으로 도호부사의 행차를 알리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단순행사를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통 춤사위와 취타 연주까지 곁들인다. 시내를 행진할 때도 징, 꽹과리, 장구, 나팔 등 갖가지 민속 악기로 시민의 흥을 돋우고 특히 큰애기 야시장에서는 취타대장의 지휘아래 상가의 번성을 바라는 취타연주를 해서 따르는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도호부사 행차재현은 시민과 관광객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문화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큭 역할을 하고 있지만 원도심의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 상가번영을 위한 취타 연주 - - 상가번영을 위한 취타 연주 -
시민의 반응

이색적인 행차에 시민들의 발길이 멎고 홍해 가르듯 길을 비켜주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7년째 접어드는 행사임에도 처음 본다는 사람도 있지만 울산시민에게 도호부사 행차란 이제 특별함을 기대하는 축제가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큰애기 야시장의 상인들은 행차가 뜨니 잠시 일손을 놓고 나팔소리에 흥겨운 박수를 보낸다. 스쳐 지나는 시간은 5분 남짓이지만 미소의 여운은 길다. 전통과자를 파는 상인은 어깨춤을 들썩이며 ‘얼쑤!’하고 추임새까지 넣어 준다. 눈과 귀가 즐겁다.

- 시민과 함께 기념촬영 - - 시민과 함께 기념촬영 -
함께한 사람들
- 행사준비에 분주한 '학성이야기 통신원들' - - 행사준비에 분주한 '학성이야기 통신원들' -

이날 행차를 함께한 단체는 ‘학성이야기 통신원’인데 울산시민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이들은 작년부터 신청하고 기다린 것이라 한다. ‘학성이야기 통신원’은 울산 학성공원에 관련한 역사적 문화 및 가치를 알리기 위하여 문화예술전도사 양성과정을 받은 사람들이 모인 단체이다.

이날 수염까지 붙이고 1일 부사님이 된 양경애氏는 한 시간여의 행차를 마치고 다리에 힘이 다 풀려 버렸다고 한다.

“부사라서 가마타고 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힘드네요. 진짜 부사처럼 위엄을 갖추려니 팔 다리가 다 아파요. 그래도 우리 회원들에게는 미안하네요. 저만 좋은 거 한 거 같아서”(1일 부사 양경애氏)

- 내리쬐는 봄볕 아래 일일부사 양경애氏가 가마를 탄 모습 - - 내리쬐는 봄볕 아래 일일부사 양경애氏가 가마를 탄 모습 -
오늘은 우리가 ‘가족’

기다리던 도호부사행차 참여도 좋았지만, '학성이야기 통신꾼' 회원들은 17명 전원이 참석해 하루를 같이한 것이 더 좋았다고 한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에구, 힘들다.”하면서도 연신 웃음이 가시질 않는걸 보면 분명 뒤풀이가 있으리라.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가족의 생물학적 수명은 짧아지고 있다. 인생은 길고 재미있게 살아야 하니까 다른 의미의 가족을 만드는 생각도 한다. 마음이 맞는 이들, 동호회나 친구가 새로운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선물 같은 하루를 같이한 당신들이 오늘은 나의 가족이라고 미소를 보냈다.

참여방법은

울산 중구문화원 홈페이지로 (http://www.munhwa21.org) 신청하거나 전화(052-244-2007~8)로도 가능하다. 매년 공지가 뜨면 1년 행사의 신청이 바로 마감이 될 정도이니 행사참여를 원한다면 미리 서두르는 것이 좋다.

혹서기인 7, 8월을 제외하고 오는 11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전체 7차례에 걸쳐 운영된다.

- 도호부사 행차 재연 모습 - - 도호부사 행차 재연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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