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문화재단 1주년에 즈음한 소회


울산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 이병철

문화예술의 불모지이며 소외지역이었던 울산에서 새로운 문화 부흥의 기치를 높이 들고 지역 문화 진흥에 관한 중요 시책을 지원하고 사업을 수행하여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욕구에 부응하고 품격 있고 따뜻한 문화예술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울산문화재단이다.

울산은 산업수도라 일컬어질 만큼 한국 공업을 상징하는 도시로 여겨져 왔다. 석유화학 단지, 현대자동차, 그리고 현대중공업과 같은 한국 굴지의 기업들이 소재하면서 한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 덕분으로 울산은 한국경제성장의 상징적 브랜드가 되었고 지역 경제력도 서울을 제치고 전국에서 수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공단도시, 환경오염 도시, 그리고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의 어두운 그림자가 없지 않았다.

울산시민 역시 이러한 문화의 사각지대에서 문화와 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진 다른 도시들을 부러워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시민의 아픔과 그에 따른 기대에 호응 키 위해 비록 다른 시도와 비교를 할 때 17개 시도 중 16번째로 늦깎이로 시작을 하였지만 착실하게 첫발을 내디디며 전진해 왔다.

늦게 출발한 것을 아쉬워하는 입장도 있지만 생각을 바꾸어보면 오히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없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앞서 시작한 다른 지역의 문화재단들이 경험한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를 통해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 된 점은 벤치마킹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범한지 1년밖에 안된 이 시점에서 울산문화재단의 공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시기 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첫 단추를 꿸 때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사료된다. 비록 짧은 기간이라 해도 그동안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나름대로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한다는 것이 그릇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보다 먼저 설립된 문화재단들을 살펴보면 설립 초기에 설정한 방향성이 이후 매우 중요하게 작용되었다는 점이 이를 잘 입증해 주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울산문화재단의 첫걸음은 나름대로 울산지역사회의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기 위한 시도였다고 평가해 볼 수 있다. 예술가가 예술 하기 좋은 창조적 문화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획된 7개 사업이나 시민의 꿈과 상상이 꽃 피는 일상 속 문화복지 확산을 위해 펼쳐진 7개 사업, 그리고 울산형 문화예술 콘텐츠 발굴 및 도시 리브랜딩을 위한 4개 사업이 이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개별적이며 단편적으로 이루어지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들을 일관성 있게 통합하여 운영해 나감으로써 효율성을 증대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 지역 대표축제를 비롯한 공공 공연장, 미술관 등의 문화시설 운영까지도 점차 문화재단으로 이관시키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울산문화재단은 1년간 이룬 성과에 자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성과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부족했던 점을 반성하고 이를 수정·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문화의 사각지대에 있고 그래서 문화로부터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는 시민들의 상실감을 깨끗이 치유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2018년에 추진될 20개 사업들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청년예술가들을 양성하는 ‘울산 청년문화 기반 구축’사업은 울산 미래의 잠재적 예술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생활문화 활성화 기반 조성’ 사업도 시의적으로 볼 때 매우 적실성 있게 다가오는 것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현대 문화의 정수는 생활 속에 녹아있는 문화와의 만남을 우선 시하기 때문이며,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피부에 와닿는 감성적인 문화가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이 제시하는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높여나가는 일이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가 주장하는 소프트 파워를 키워나가는 것 등이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민들의 일상의 삶과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울산시민의 문화적 욕구를 적극적으로 활성화 해나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사료가 된다.

이에 덧붙여 ‘국제문화예술협력 네트워크 지원’사업이나 ‘아시아퍼시픽 뮤직 미팅’사업 등 글로벌 문화의 영역에까지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전향적이라 느껴진다. 세계가 글로벌화 되어가는 이 시점에 세계 속의 다양한 문화적 트렌드나 콘텐츠를 받아들이고 이를 상호 교호하려고 하는 노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 울산 지역사회 특유의 문화적 환경과 잠재력을 고려한 정책의제들을 개발하고 이를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지역 문화 정체성을 증진시켜 나갈 수 있는 문화적 아젠다(agenda)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심도 깊은 연구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문화적 비전과 문화정책형성과 집행에 대한 전문적 역량 증대 그리고 폭넓은 문화예술 트렌드를 수용할 수 있는 조직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울산문화재단이 지자체의 단순한 사업소가 아닌 울산지역의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컨트롤 타워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육성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며, 중앙정부의 국가예산을 획득하는 역량을 강화하고 재정 자립과 자율성을 일구어 나가는 독립적인 문화재단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울산문화재단의 미래를 위한 발걸음이 올바른 방향으로 정립이 되어나간다면 울산문화재단의 존재의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라 본다. 그리고 끝으로 이러한 모든 노력들이 울산시민의 문화적 풍요를 가져오는 결실로 영글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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